무화과 책읽기

 


  무화과나무에 꽃송이 달립니다. 무화과나무 꽃송이는 다른 나무 꽃송이하고 사뭇 다르게 생깁니다. 언뜻 보기에는 ‘꽃 같지 않다’ 여길 만합니다.


  무화과는 따로 꽃이 피지 않는다 하고 딱히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서 ‘無花果’처럼 한자를 써서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요. 사람이 바라보는 눈으로는 ‘꽃이 따로 없고 열매 또한 딱히 없다’ 할 터이나, 무화과나무 삶으로 돌아보면, 사람 눈으로 볼 때에는 느낄 수 없는 꽃송이요, 사람 넋으로 헤아릴 때에는 알 수 없는 열매라 하리라 느낍니다.


  무르익는 한여름에 먹는 무화과 꽃송이(또는 꽃주머니)는 오월 한복판에 들어서자 통통하게 물이 오릅니다. 언제 이만큼 꽃송이(또는 꽃주머니)가 부풀었나 싶어 놀랍니다. 내가 날마다 틈틈이 들여다보더라도 무럭무럭 자랄 테고, 내가 따로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스스로 씩씩하게 자라겠지요.
  아이들은 날마다 자랍니다. 튼튼하게 잘 크는 첫째 아이 키를 다달이 재 보는데, 다달이 잴 때면 1센티미터씩 높아집니다. 따로 줄자로 키를 재지 않더라도 아이를 안거나 재울 때면 이 아이 키가 느는구나 하고 느낍니다. 딱히 아이를 안지 않더라도 가만히 바라보며 이 아이 키가 자란다고 느낍니다.


  어른이 되면 키가 더 늘지 않습니다. 어른은 몸뚱이가 더 커지지 않습니다. 어른이 되면 바야흐로 마음이 자랍니다. 어른이 되었다 할 때에는 날마다 새삼스레 마음이 깊어지거나 넓어집니다. 아니, 마음이 자라고, 깊어지며, 넓어질 때에, 시나브로 ‘어른’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하다 싶습니다. 마음을 가꾸고, 돌보며, 사랑할 때에, 참말 ‘사람’이라는 이름이 걸맞다 싶습니다.


  햇살을 먹고 바람을 마시며 물을 받아들이는 흙땅에서 무화과나무가 자랍니다. 새잎이 돋습니다. 새 꽃봉우리 터집니다. 비가 멎은 새 아침 하늘은 파랗고, 들새와 멧새는 새벽 일찍부터 신나게 노래하며 먹이를 찾아 마을과 들판을 날아다닙니다. (4345.5.15.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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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5 07:06   좋아요 0 | URL
꽃 '봉우리'가 맞는가요? 저는 봉오리로 알고 있었는데...
무화과 꽃송이가 꼭 포도씨 확대해놓은 것 처럼 생겼네요.

숲노래 2012-05-15 10:0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저도 때때로 잘못 적어요.
산봉우리, 꽃봉오리,
이렇게 생각하면 틀릴 일은 없는데,
새벽에 아기 안고 글을 쓰며 졸음을 참다가
잘못 적었네요 @.@

에구구~

기억의집 2012-05-15 13:40   좋아요 0 | URL
무화과는 꽃이 없다고 해서 무화과라고 알고 있었는데,
꽃송이가 피는군요. 색깔을 보니 나뭇잎하고 색이 같아 언뜻보면 잘 모르겠어요.
제가 알고 있던 지식을 수정해야겠는데요.
근데 왜 아직까지도 무화과로 이름지을까요?

숲노래 2012-05-15 15:44   좋아요 0 | URL
수술이며 암술이며, 저 '주머니' 같은 푸른 싸개 안쪽에만 옹크린 채 있어요. 그러니, 따로 꽃이 없다고도 말하고, 이 '수술 암술 덩어리'라 할 뭉치가 그대로 '열매' 노릇까지 하지만, 이 또한 이 모습 그대로 바알갛게 익으니, '무화과'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도 있으리라 느껴요... @.@

노이에자이트 2012-05-15 14:34   좋아요 0 | URL
무화과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입니다.광주는 오래된 주택가에서 가끔 볼 수 있죠.우리동네 주변에도 있는데 무화과 딸 때 하얀 액이 나오죠.저는 껍질이고 뭐고 다 먹습니다.그런데 무화과 못먹는 사람들이 꽤 있더군요.고흥에도 대량재배하는 곳이 있나요?

숲노래 2012-05-15 15:44   좋아요 0 | URL
글쎄, 잘 모르겠어요. 어디엔가 있을는지 모르나, 다들 집에서 먹을 만큼만 몇 그루 두시지 싶어요~

인천에도 골목집마다 무화과나무가 꽤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