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573) 사용 13 : 통나무를 사용했다
얕은 구덩이에 가장 큰 통나무를 굴려넣었다. 집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에, 상한 데가 없이 완전하고 튼튼한 통나무를 사용했다. 그것을 밑틀이라고 불렀다
《로라 잉걸스 와일더/김석희 옮김-초원의 집 (2)》(비룡소,2005) 64쪽
‘상(傷)한’은 ‘다친’이나 ‘갈라진’이나 ‘쪼개진’이나 ‘벌어진’으로 손봅니다. ‘완전(完全)하고’는 ‘오롯하고’로 손질하고, ‘그것을’은 ‘이를’이나 ‘이 나무를’로 손질하며, ‘불렀다’는 ‘했다’나 ‘가리켰다’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보기글을 곰곰이 생각합니다. 집짓기를 이야기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집’이라 말합니다. ‘가옥(家屋)’이나 ‘주택(住宅)’이라 말하지 않아요. 반갑다 할 대목인데, 반가운 한편 슬프기도 합니다. 한국사람은 왜 집을 집이라 말하지 않고 자꾸 딴 말로 가리키려 할까요. 집 모양이 새롭게 나타나거나 집 갈래가 새로 생기면, 이 집들을 한국말로 알맞고 슬기롭게 가리키려고 생각해야 올바를 텐데, 왜 한겨레 넋과 얼을 북돋우지 않을까요.
튼튼한 통나무를 사용했다
→ 튼튼한 통나무를 썼다
→ 튼튼한 통나무를 댔다
→ 튼튼한 통나무를 넣었다
→ 튼튼한 통나무를 박았다
→ 튼튼한 통나무를 세웠다
…
구멍을 판 다음, 이곳에 지붕을 받치는 통나무를 넣는다고 합니다. ‘밑틀’이 되는 나무입니다. 곧, 밑틀로 ‘쓴다’ 할 수 있습니다. 밑틀로 ‘삼는다’ 할 수 있어요. 통나무를 굴려서 넣었다 하니까 ‘넣는다’ 할 수 있고, 구멍에 넣어 단단히 박았을 테니까 ‘박는다’ 할 수 있어요. 밑틀이 되어 지붕을 받치는 나무인 만큼 ‘세운다’ 할 수 있어요. 나무를 ‘대어’ 밑틀이 되도록 한다 할 수 있겠지요.
어느 낱말을 고르느냐에 따라 말맛이 달라지고, 말느낌이 새로워지며, 말삶이 거듭납니다. 낱말마다 내 넋을 달리 담고, 말투마다 내 얼을 새롭게 싣습니다. 알뜰살뜰 가꾸는 말은 알뜰살뜰 돌보는 마음이요, 알뜰살뜰 사랑하는 삶입니다. (4345.4.1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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얕은 구덩이에 가장 큰 통나무를 굴려넣었다. 집을 떠받쳐야 하기 때문에, 다친 데가 없이 오롯하고 튼튼한 통나무를 썼다. 이를 밑틀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