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마련하고 인천문화재단에서 돈을 낸다고 하는 토요문화학교가 있다고 한다. 어느 공공도서관을 거쳐 나한테까지 이곳 토요문화학교에서 4월부터 여섯 달에 걸쳐 토요일마다 ‘골목마실 + 사진강좌’ 이야기 들려주는 자리를 맡으면 어떻겠느냐 하는 편지가 왔다.
인천에서 나고 자랐으며, 인천에서 세 해 남짓 개인도서관을 꾸리면서 마을 어른이랑 푸름이하고 골목마실을 함께 하기도 했고, 사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예전에는 따로 일삯을 안 받고 나 혼자 좋아서 품을 팔았다. 이제 지자체와 문화부에서 이 같은 일을 꾀한다고 하니 참으로 반갑다.
그러나, 인천을 떠나 전라남도 고흥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는 나로서는 이 자리에 낄 수 없다. 왜냐하면, 전남 고흥에서 인천까지 고속버스로 달리는 품만 다섯 시간 남짓이요, 한 번 오가자면 하룻밤은 인천에서 묵어야 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문화재단에서 미리 짠 틀에 따라 ‘토요일마다 한 차례씩 여섯 달’을 이끌어 가는 사람(강사)한테 주는 일삯은 ‘하루에 4만 원’이니까.
버스삯이랑 밥값만 하더라도 10만 원을 써야 한다. 잠을 잘 여관삯이라든지, 하루 잠을 자며 바깥밥 사먹을 돈을 어림하면, 적어도 15만 원은 받아야 한다. 그런데, 15만 원이라 하더라도 내 품삯을 안 넣은 돈이다. 한 주에 한 차례 이끄는 강사라 하더라도, 여섯 달 동안 토요일을 꼬박꼬박 빼내어 이 일을 이끌어야 한다면, 제아무리 비정규직이나 임시고용이라 하더라도 옳게 일삯을 주어야 올바르지 않을까.
‘골목마실 + 사진강좌’ 두 가지는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다. 오랜 나날 골목에서 살아낸 사람이 아니고서는 골목마실을 이끌지 못한다. 꼭 골목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어야 골목마실을 이끌 수 있지 않으나, 스스로 골목동네 골목사람으로 살아낸 나날이 없다면 이러한 일을 할 수 없다. 바라보는 눈길과 생각하는 사랑이 골목동네하고 한동아리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진강좌를 맡자면, 사진을 찬찬히 갈고닦으며 익혀야 하니까, 굳이 전문지식이라고 들먹일 까닭은 없으나, 사진기를 다루는 손길이며 사진을 바라보는 눈길이며 사진이야기를 펼치는 마음길을 아름다이 여밀 수 있어야 한다.
이리하여, 문화체육관광부와 인천문화재단이 토요문화학교라는 자리를 마련해서 여섯 달 동안 토요일마다 ‘골목마실 + 사진강좌’를 이끌 강사를 찾으려 한다면, 일삯을 얼마를 주어야 올바른가 하고 이렇게 갈무리할 수 있다.
㉠ 골목마실 이끎이 노릇 : 10만 원
㉡ 사진강좌 가르침이 노릇 : 10만 원
㉢ 찻삯(교통비) : 10만 원
㉣ 밥값(부식비) : 10만 원
㉤ 책값(교재·자료비) : 10만 원
한 주에 한 차례 토요일마다 일을 맡기려 하면, 또 이러한 일을 여섯 달 동안 빠짐없이 맡기려 하면, 한 차례 할 때마다 50만 원은 주어야 비로소 일을 맡을 만하다. 이렇게 한 달 다섯 차례를 한다고 보면 250만 원을 받아야 겨우 일삯을 받는 셈이 되겠지.
4대 보험은 바라지도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을 이끌면서 제대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골목과 사진과 삶과 사랑을 나누는 일을 하려 할 때에는 ‘일하는 사람이 누릴 품삯’을 제대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느낀다.
그런데, 주마다 한 차례 4만 원? 게다가, 강사가 인천에 살든 전남 고흥에 살든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이제껏 늘 자원봉사를 하면서 즐겼다. 그러나 어떤 일을 맡기고 싶어 한다면 일삯을 제대로 주어야 한다. 공무원이라 하는 자리에 앉아서 문화를 말하려 한다는 사람들이 무슨 마음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몹시 궁금하다. 문화쟁이가 되든 예술쟁이가 되든 책쟁이가 되든, 하루에 4만 원 주는 일이 얼마나 자랑을 할 만큼 대단한 돈인지 궁금하다. ‘골목마실 + 사진강좌’를 한꺼번에 하되, 여섯 달 동안 토요일을 빼내어 하루 내내 이 일을 이끌어야 할 사람을 ‘편의점 알바생 뽑기’하듯 뽑을 생각인지 궁금하다.
가만히 보면, ‘편의점 알바생 뽑기’란 참 딱하다. 편의점 알바생이 되는 아이들은 얼마나 제 일삯을 못 받으면서 힘들게 지내는가. (4345.3.7.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