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불평등의 기원은 명료하다. 제국주의 국가의 식민지였는가 아닌가라는 가장 단순한 가름줄에 의해 나뉘어진다. 서구 정치경제학자들이 아무리 탁상공론으로 지리적 환경이네, 총균쇠네 떠들어대도 급격한 격차의 출발점은 다르지 않다. 남미의 대농장 기반 경제가 독립 후 몰락한 것은 원주민 대학살에 기반했기 때문에 기반 토대 자체가 부실했다.
다만 두번째 갈림길은 유의미한 논제가 될 거라 생각한다. 내 생각엔 3가지가 주요하다. 첫째, 식민침탈 이전에 국가를 형성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해본 지식인계층이 있었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시대 강력한 중앙집권통치와 지방자치제가 높은 수준으로 결합되어 있었고, 조선 말기 중인의 성장은 커다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둘째, 해방 이후 사회 전반의 발전 동력을 이끌 자기만의 말과 글이 존재하고 널리 보급되었는가. 남한의 정치인이 교육에 투자했다는 문구는 아쉽다. 일제시대 지식의 민족교육투쟁이 해방 후 불길처럼 전국민의 교육열로 확산된 것을 모르나 보다. 무지이론을 부정하면서도 무지이론에 우리나라 사례를 끼어맞춘 거 같다. (117쪽)
셋째, 계급간 이동이 가능한 민주주의 체계를 받아들였는가. 87년 민주화항쟁, 문민정부의 성립,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적 정권교체, 촛불혁명, 빛의 혁명 때마다 보수세력은 나라경제가 망한다고 곡소리를 냈지만 1987년 6월 항쟁때 93.9조였던 GDP는 이듬해 처음으로 100조를 넘겼고, 92년 10월 김영삼 당선시 148조였던 GDP는 임기중에 200조를 넘겻고, IMF로 201조까지 꺾였던 GDP의 성장률은 김대중 대통령 임기 중에 모두 회복하였을 뿐 아니라 IT기업혁신을 일구어 임기말 283조까지 성장하였다. 박근혜 탄핵 당시 479조였던 GDP는 촛불 형명 이후 500조를 돌파했고, 지난 12월 계엄령이 선포되었음에도 빛의 혁명으로 응수했기에 우리나라의 GDP 성장은 이어지고 있다.
저자가 역사의 우발적 경로라고 해석하는 많은 부분도 지배계급 중심의 해석이다. 해당 국가 민중의 역동성을 고려할 경우, 역사의 어떤 페이지도 우연이라 치부할 수 없다. 가령 잉글랜드에서 명예혁명이 성공한 것은 종교혁명을 통해 성장한 신지식인 계층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하지만 동유럽은 오스만 제국에 의해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었고, 대서양으로 바로 진출할 수 있는 항구가 없기에 대항해시대의 경쟁에서도 밀려났다. 결국 동유럽은 서유럽에게 농산물을 수출하는 것에 의존하는 비대칭적 경제구조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고, 제2의 농노제가 강화되는 악순환으로 도태된 것이다.
"광업 경제의 발전과 유럽 정착촌의 확대는 영국과 보어인 간 분쟁으로 이어진 바 있지만, 이 지역 발전에 많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아프리카 원주민에게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했다는 것이다"라는 서술은 소름끼칠 정도였는데, 일본 식민사관과 하등 다를 바 없는 맥락이 아닌가.
========================
기타: 뻗어나가는 궁금증
93쪽 청주 소로리 볍씨의 발견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국제 학계에서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걸까? 한반도가 벼농사의 시작이라는 것에 대해 또 다른 증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98쪽 흑인 노예 수출의 주역이 콩고라는 건 인간의 가장 밑바닥을 보여주는 거 같다. 현대 콩고에 대해서도 알아볼까.
175쪽 보츠와나의 명암에 대해서도 찾아봐야겠다.571쪽에서 583쪽까지는 명만 기술되어 있다.
230쪽 황금의 책, 237쪽 도자기 산도 꽤 흥미로은 예제다.
391쪽 영국이 인도에서 생산한 아편을 중국으로 수출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아편전쟁에 관한 책을 골라봐야겠다.
405쪽 호주가 비밀투표(Austrian ballot)의 원조라니 놀라운데. 당시 원주민의 수가 왜 적었는지를 언급하지 않은 것도 편향이다. 원주민을 학살하고 전염병을 방치한 이주민들이 처음으로 호주에 상륙한 날짜가 여전히 국경일이라는 게 슬프다.
415쪽 로스차일드가는 영어식 표현이구나. 독일에서는 로트실트라고 한 게 새삼스럽다.
424쪽 료마의 선중팔책이 궁금해 <사카모토 료마와 메이지 유신>을 읽어봤는데, 지나치게 신화, 영웅화된 거 같아 좀 아리송하다.
486쪽 다이아몬드 보호군은 여전히 활동중이다.
488쪽 시에라리온의 행정추장은 우리나라의 친일파와 뭐가 다를까.
504쪽 Black Belt: 미시시피주와 앨라배마주에 걸쳐 있던 블랙벨트는 현재 앨라배마주, 아칸소주, 플로리다주, 조지아주, 루이지애나주, 메릴랜드주, 미시시피주, 노스캐롤라이나주, 사우스캐롤리나주, 테네시주, 텍사스주, 버지니아주 등 12개주로 확산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 와중에 여전히 앨라배마주 헌법 256조는 흑인차별법을 명문화하고 있다.(506쪽)
510쪽 에티오피아의 사례는 동물농장 그 자체다. 
523쪽 짐바브웨 복권 해프닝은 우리나라에 실재하는 탈세 방법 중 하나이다.
531쪽 프란츠 파농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540쪽 카사나레 민병대 농민들 규칙이 자치혁명 대신 또 다른 착취가 된 게 비극이다.
544쪽 사이먼 쿠즈네츠가 온 세상 나라가 선진국, 후진국, 일본, 그리고 아르헨티나로 나뉜다고 비꼰 말에서 일본 대신 우리나라가 들어간다면 더 강력한 비교가 되지 않을까?
554쪽 우즈베키스탄의 2대 대통령은 카리모프의 딸 굴노라가 아니라 미르지요예프이지만 80.31%의 득표로 7년 중임제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의 임기 중 개헌이 안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