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핵심은 157쪽에 있다. 이하 인용.

[몽골이 세계를 지배하던 13~14세기는 대여행의 시대였다. 15~16세기의 대항해의 시대는 바로 그것에 선행되었던 대여행의 시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1. 유라시아 대륙의 끝에서부터 끝까지를 포괄하는 원거리 여행이 퍼음으로 시작되었다.
2. 이들이 남긴 기록과 여행기가 지리적 지경을 확대시켜 종래의 협소한 관점을 극복하고 유라시아와 아프리카를 시야에 넣는 새로운 세계관을 낳았다.
3. 원거리 여행의 이면에 몽골제국의 정치적 통합성이 만들어낸 몽골의 평화가 존재했다. 유목민 출신이었던 몽골 지배층은 이동에 대해서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았다.]

3번에 대해서 서구권에서는 이견을 낼 듯 하다. 몽골에 평화를 결부시킨다고? 나로서도 평화라는 표현보다는 자유라는 단어가 더 어울려 보인다. 농경 기반의 아시아도 장원 제도의 유럽도 모두 거주 이전의 자유를 엄격히 제한하였던 것에 반해, 몽골은 이동이 자유로웠고 이는 동서와 남북의 교류와 교역을 촉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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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본인 고향이 아닌 지역의 사투리 연기를 할 때가 있다. 연기도 잘 하고 사투리 단어도 곧잘 따라하지만 한번씩 겉도는 억양이 어색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이 책이 주는 감상이 딱 그것. 난 이렇게 인간의 밑바닥도 쓸 수 있어 라는 작가의 다짐이 노력으로 끼워 맞춰진 느낌이다. 담백하게 쓰다가 똥이며 방귀며 체위 이야기가 인물 묘사에 굳이 ‘인용‘이 된다. 낚시배에서 선장님이 즉석에서 쳐주는 날것의 맛도, 최고급 일식집에서 정성스레 요리되어진 회정식의 맛도 아니고, 마감세일하는 플라스틱용기속 회초밥 같이 애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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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의도한 게 분명한 길고 긴 만연체 문장의 연속이다. 처음으로 한 페이지를 넘어선 문장을 읽을 때는 감탄했다. 이토론 묘사에 충실한 의도적 문장이라니. 같이 백일몽의 세계에 침잠하는 듯 했다.
그러나 기다란 문장은 계속 나를 공격해왔고 마침내 나는 포기했다. 천식 증세를 유발하는 책이라니 부라보! 나는 작가에게 강렬하게 명중당했고 기꺼이 존경의 마음을 담아 항복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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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는 취향이 아니다 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혹은 버겁다 라는 표현이 맞춤할 지도.
우울한 시대에 우울한 인간이 쓴 우울한 글이 우울한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았다 라는 건 납득이 간다.
미친 듯이 격동하는 시대에 사는 우울하더라도 멈출 수 없는 인간은 우울한 글은 읽고 싶지 않다. 혹은 읽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랄까.
그래도 문장. 문장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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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2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는 다들 문장이 아름답다고.... 저는 아직 안 읽어봤어요. 하지만 언제간 읽어야 할 리스트에는 언제나 올라있는.... 근데 설국도 다들 좋다고 좋다고 하는데 저는 딱 취향이 아니었고, 그저 문장이 참 아름다웠다는 소감만 있어요. 다자이 오사무도 그러거같긴 해요.
 

독서모임 때문에 다시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면서 이야기거리를 더 찾기 위해 읽었다. 메리 셸리에 대한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던 것도 재밌지만, 19세기초 급격한 과학기술 발달사를 접할 수 있는 게 더 큰 장점. 프랑켄슈타인 장르가 지금까지 생명력을 가지고 있게 된 건, 철학적 , 윤리적 성찰 없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언젠가는 인간이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을 받게 될 거라는 두려움 때문인 듯 하다. AI와 로봇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 지 다각도의 고민과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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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2-2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잇는 독서 좋아요. ^^ 프랑켄슈타인 저도 정말 읽으면서 메리 셀리 정말 대단하다 하면서 읽고 내내 감탄했어요.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감탄하기도 하고...
하지만 이후 메리 셀리가 쓴 최후의 인간이라는 작품을 보면서는 이 엄청난 천재가 어떻게 당대 폐쇄적이 세계에 갇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던지가 느껴져 너무 마음아프기도 했구요.
가끔 이렇게 글 보여주셔서 좋아요. ^^

조선인 2025-02-25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새해 목표 중 하나가 책 후기를 몇 줄이라도 쓰자는 건데 잘 실천은 못 하고 있네요. ^^;;

바람돌이 2025-02-25 23:11   좋아요 0 | URL
저의 새해 목표도 그러합니다. 잘 못하는 것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