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없애야 말 된다
(1644) 외현적 1 : 외현적인 몸을 기준으로
.. 이분법적인 성 구조의 사회에서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은 둘 중 하나로 강요되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그것도 외현적인 몸을 기준으로 사람의 성별을 판단할 줄밖에 몰랐던 그 시기에는 .. 《김비-네 머리에 꽃을 달아라》(삼인,2011) 22쪽
“이분법적(二分法的)인 성 구조(構造)의 사회(社會)에서”는 “이분법으로 성을 나누는 사회에서”나 “성을 둘로 가르는 사회에서”나 “남성과 여성으로 쪼개진 사회에서”로 다듬습니다. “속(屬)하지 못한”은 “들지 못한”이나 “깃들지 못한”으로 손보고, “둘 중(中) 하나”는 “둘 가운데 하나”로 손보며, “강요(强要)되는 것이 당연시(當然視)되었고”는 “밀어넣어져야만 했고”나 “못박혀야만 했고”로 손봅니다. ‘그것도’는 ‘게다가’나 ‘더욱이’로 손질하고, ‘기준(基準)으로’는 ‘잣대로’로 손질하며, “사람의 성별(性別)을 판단(判斷)할”은 “사람 성을 나눌”이나 “사람들 성이 무엇인가를 가릴”로 손질해 줍니다. “그 시기(時期)”는 “그때”나 “그무렵”으로 고쳐씁니다.
외현적 : x
외현(外現) : 겉으로 나타남
외현적인 몸을 기준으로
→ 밖으로 드러나는 몸을 잣대로
→ 겉으로 보이는 몸으로
→ 눈으로 보이는 몸으로
…
‘외현’이라는 낱말을 쓴다면 이와 짝을 이루는 ‘내현’이라는 낱말도 쓰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자로 적는 낱말을 꼭 써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외현’은 “겉으로 나타남”을 뜻한다 하고, ‘내현’은 “속으로 나타남”을 뜻한다 할 텐데, 처음부터 누구나 알기 좋도록 “겉으로 나타남”과 “속으로 나타남”이라 말하면 넉넉하리라 생각합니다.
누구나 알기 좋도록 말을 한다면, 따로 ‘외현적’이나 ‘내현적’이라는 새 한자말까지 쓸 일은 없습니다. ‘-的’을 붙이며 내 넋이나 뜻을 새롭게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겉으로 보이는”이나 “눈에 보이는”이라 말하면 됩니다. “널리 드러나는”이나 “환히 나타나는”이라 말하면 돼요.
보기글에서는 “겉모습으로 성별을 나눌”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몸뚱이로만 성별을 나눌”처럼 적어도 됩니다. 사람 몸이란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손으로 만지기도 합니다. 눈으로 볼 때에만 이런 몸이구나 하고 알지 않습니다. 손으로 만질 때에도 이런 몸이구나 하고 알아요.
글쓴이로서는 이모저모 많이 생각하면서 ‘외현적’이라는 낱말까지 끄집어 냈으리라 봅니다. 이와 같은 낱말로 무언가 다른 이야기를 꺼내려 했으리라 봅니다.
그래서 더 생각해 봅니다. 더 쉽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만한 말투를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더 살가이 돌아보고 저마다 더 따사로이 껴안도록 돕는 말씨를 헤아려 봅니다. 밖으로 드러나는 모습도 살피고, 속으로 보듬는 모습도 돌아봅니다. 아름다이 나눌 말을 톺아보고, 기쁘게 북돋울 말을 꿈꿉니다. 수월하면서 알찬 말무늬를 빚습니다. 어여쁘면서 착한 말결을 일굽니다. (4345.2.22.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