묶음표 한자말 166 : 다독(多讀), 정독(精讀)

 


.. 어쩌다 보니 독서 이야기를 하게 됐는데, 나는 독서에서 다독(多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 정독(精讀)은 그 다음 문제야. 무조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  《고성국·남경태-덤벼라, 인생》(철수와영희,2012) 125쪽

 

 한자말 ‘독서(讀書)’가 한자로 어떻게 적었던가 하고 되뇌며 국어사전을 뒤적일 때마다 놀랍니다. 왜냐하면, 한자말 ‘독서’에 달린 풀이말은 “‘책 읽기’로 고쳐쓸 낱말”로 적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을 뒤적일 때마다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아하, ‘독서’는 한국말이 아니구나. 한국말은 ‘책읽기’로구나. 그런데 한국말 ‘책읽기’를 옳게 안 쓰는 한국사람이 너무 많고, 한국말 아닌 중국말 ‘독서’를 두루 쓰는 사람이 아직까지 너무 많지 않나?’ 하고.

 

 국어사전 말풀이처럼 ‘독서’는 ‘책읽기’로 바로잡아야 올바르다 할 만합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책 읽기”라고만 밝히고, ‘책읽기’를 한 낱말로 다루지 않아요. 이러한 국어사전 맞춤법 때문에, 사람들이 ‘책읽기’처럼 붙여서 적으면 맞춤법에 어긋난 꼴이 됩니다.

 

 다시금 곰곰이 생각합니다. 맞춤법을 따르자면 “책 읽기”처럼 띄어서 적어야 하는데, 이렇게 띄어서 글을 쓰는 사람은 대단히 적어요. 아무래도 사람들은 ‘책읽기’라는 낱말을 알아보려고 국어사전을 뒤적이지 않을 테니, 이 낱말이 한 낱말이 되어 올림말로 국어사전에 실렸는지 안 실렸는지 찾지는 않겠지요. 더욱이, 붙여야 하나 띄어야 하나도 살피지 않을 테고, 이보다 ‘책읽기’를 이제껏 한 낱말로 삼지 않은 국립국어원과 국어학자를 나무라지 못해요.

 

 “굉장(宏壯)히 중요(重要)하다고 봐”는 “무척 좋다고 봐”나 “아주 좋다고 봐”로 다듬어 봅니다. “그 다음 문제(問題)야”는 “그 다음이야”나 “그 다음 일이야”로 손보고, ‘무조건(無條件)’은 ‘어쨌든’이나 ‘아무튼’으로 손봅니다.

 

 다독(多讀) : 많이 읽음
   - 다독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밑거름이 된다 /
     작가 지망생인 형은 소설책을 다독한다
 정독(精讀) :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음
   - 책 속에 있는 선현의 말씀을 곱씹으면서 정독을 하였다 /
     철학책을 정독하다

 

 독서에서 다독(多讀)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 정독(精讀)은 그 다음 문제야
→ 책을 읽을 때에는 많이 읽어야 좋다고 봐. 그 다음에 찬찬히 새겨 읽어야지
→ 책은 되도록 많이 읽어야 좋다고 봐. 그 다음에 깊이 새겨 읽어야지
 …

 

 국어사전에 ‘책읽기’가 실리지 못하기 때문에 ‘책-’을 앞가지로 삼아 새 낱말을 짓는 틀거리가 아직 마련되지 못했다 할 만합니다. 이와 함께 ‘-읽기’를 뒷가지로 삼아 새 낱말을 빚는 얼거리 또한 제대로 서지 못했다 할 만해요.

 

 ‘책-’을 앞가지로 삼는 틀거리가 있다면, ‘책삶’이나 ‘책문화’나 ‘책마을’이나 ‘책이야기’나 ‘책꾼’이나 ‘책나라’나 ‘책누리’나 ‘책날개’ 같은 낱말을 마움껏 지으면서 생각을 북돋울 수 있어요. ‘-읽기’를 뒷가지로 삼는 얼거리가 선다면, ‘많이읽기’나 ‘빨리읽기’나 ‘즐겨읽기’나 ‘새겨읽기’나 ‘겹쳐읽기’나 ‘다시읽기’나 ‘거듭읽기’나 ‘새로읽기’나 ‘고쳐읽기’처럼 온갖 낱말을 신나게 빚으면서 마음을 갈고닦을 수 있어요.

 

 좋은 넋으로 좋은 말을 빚어요. 좋은 얼로 좋은 꿈을 꾸어요. 좋은 말이 바탕이 되어 좋은 생각이 태어나요. 좋은 글을 밑돌로 두며 좋은 마음을 가다듬어요.

 

 사랑을 일깨우는 말입니다. 믿음을 다지는 글입니다. 사랑을 살찌우는 말입니다. 믿음을 가꾸는 글입니다. (4345.2.8.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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