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130) -의 느낌 1 : 콩의 느낌
.. 손에 느껴지는 콩의 느낌은 아주 촉촉하고 보드라왔다 .. 《박희병-거기, 내 마음의 산골마을》(그물코,2007) 61쪽
콩 몇 포기 몰래 베어 불에 익혀 먹던 이야기는 까마득한 옛날이야기 아닌가 싶다고 느낍니다. 요즈음에는 이렇게 하다가는 경찰한테 끌려가기 딱 좋을 테니까요. 그러나, 퍽 많은 사람들이 그리 멀지 않던 지난날, 이렇게 콩을 몰래 베어 살그마니 익혀 먹곤 했답니다. 글쓴이 또한 막 익은 콩깍지를 벌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콩을 살며시 잡던 아련한 느낌을 이야기합니다.
손에 느껴지는 콩의 느낌은 촉촉하고
→ 손에 느껴지는 콩은 촉촉하고
→ 손에 닿은 콩 느낌은 촉촉하고
→ 손에 닿은 콩은 촉촉하고
→ 손으로 느끼는 콩은 촉촉하고
→ 손으로 만지면 콩은 촉촉하고
…
보기글을 보면, ‘느껴지다’와 ‘느낌’이라는 낱말이 잇달아 나옵니다. 겹치기입니다. 앞이나 뒤에서 덜어내야 합니다. 뒤쪽을 던다면, “손에 느껴지는 콩은 어떠하다”처럼 적습니다. 앞쪽을 던다면, “콩은 어떠하다”처럼 적어도 되고, “손으로 콩을 만지면 어떠하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그나저나, 말은 이렇게 다듬어 보지만, 콩포기를 벤 들판에서 바로 불에 익혀 먹으면서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입에 살짝 넣어 오물오물 깨물어 먹던 느낌을 오늘날 아이들하고는 나눌 수 없는 누리가 되었구나 싶습니다. 말은 다듬어도 느낌은 이어줄 수 없네요. 말마디는 손질하지만 말마디에 담을 사랑은 이야기할 수 없네요.
(4340.10.29.달./4345.2.5.해.ㅎㄲㅅㄱ)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30) -의 느낌 2 : 여동생의 느낌
.. 그 여인들은 성적인 대상보다는 사랑스러운 애인, 혹은 애처로운 여동생의 느낌이다 .. 《박태희-사진과 책》(안목,2011) 22쪽
“성적(性的)인 대상(對象)”은 무엇을 가리키는지 퍽 아리송합니다. 꼭 이렇게 적어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사랑놀이 즐기고 싶은 사람”이나 “살을 섞고 싶은 사람”으로 적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여인(女人)들”은 “그 아가씨들”로 손봅니다. “사랑스러운 애인(愛人)”은 겹말입니다. ‘애인’이라는 낱말이 “사랑하는 사람”이나 “사랑스러운 사람”을 뜻하니까요. ‘혹(或)은’은 ‘또는’이나 ‘아니면’이나 ‘어쩌면’으로 손질해 줍니다.
여동생의 느낌이었다
→ 여동생 느낌이었다
→ 여동생 같은 느낌이었다
→ 여동생이라는 느낌이었다
→ 여동생과 같은 느낌이었다
…
옆지기를 동생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옆지기를 누이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옆지기를 어머니나 동무처럼 느낄 수 있어요. 서로서로 느끼고픈 꿈결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저마다 싱그러이 살아가는 아이들이면서, 하늘꽃 하늘웃음 하늘빛 감도는 아이들이라 느낄 수 있어요. 내가 꿈꾸고 사랑하는 결 그대로 느끼기 마련입니다.
사진을 찍는 누군가는, 사진으로 담는 아가씨들을 “살을 섞고 싶은 사람”이 아닌 “애처롭구나 싶은 내 여동생으로 느낄” 수 있겠지요. “내 여동생처럼 애처롭다고 느낄” 수 있을 테고요.
내가 선 자리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살아가는 매무새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바라는 꿈에 따라 느낍니다. 내가 어깨동무하는 삶자락에 따라 느낍니다.
느끼는 대로 말을 합니다. 느끼는 대로 생각을 합니다. 느끼는 대로 삶을 일굽니다.
좋게 느끼며 좋게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어여삐 느끼며 어여삐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슬프게 느껴 슬프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안타까이 느끼며 안타까이 말하는 사람이 있어요.
말마디에는 내 온 느낌과 생각과 마음이 고스란히 도사립니다. 말마디를 일구는 몸짓은 내 온 사랑과 꿈과 믿음입니다. 이 땅 많은 사람들이 이냥저냥 주고받는 말마디대로 내 넋과 얼을 싣는다고 나쁜 일은 아닙니다. 내 나름대로 갈고닦거나 보듬으면서 고이 돌보는 말마디라 해서 가장 좋다고 여기지는 않아요. 겉만 번드레하다면 쭉정이가 되니까요. 속으로 꽉 차고, 속이 야무지고, 속이 튼튼해야 비로소 옹글게 빛나는 말입니다. 토씨 ‘-의’이든, 번역 말투이든, 일본 말투이든, 케케묵은 한문 말투이든, 어설픈 영어 끼워넣기이든, 속속들이 덜어낸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내 삶을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가 하는 마음가짐으로 내 말투와 말마디와 말씨와 말결을 돌아본다면 좋겠어요.
(4345.2.5.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