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희망 - <월든>의 작가 소로우가 들려주는 숲의 언어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삶을 아름다이 일구는 씨앗
 [환경책 읽기 28] 헨리 데이빗 소로우, 《씨앗의 희망》

 


- 책이름 : 씨앗의 희망
- 글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옮긴이 : 이한중
- 펴낸곳 : 갈라파고스 (2004.5.18.)
- 책값 : 9800원

 


 (1) 나무씨앗, 사람씨앗


 내가 심은 나무라서 더 어여쁠 수 없습니다. 내가 심지 않은 나무라서 함부로 꺾어도 되지 않습니다.

 

 내가 심은 나무에는 내 사랑이 곱게 스며들어 기쁘고, 내가 심지 않은 나무라 하지만 이 나무들을 처음 심은 이들 사랑이 곱게 배어서 반갑습니다. 내가 심은 나무는 나뿐 아니라 내 둘레 모두한테 좋은 웃음이고, 내가 심지 않은 나무는 나한테까지 좋은 선물입니다.

 

 내가 심는 나무에는 내 사랑을 담습니다. 나와 내 살붙이와 내 동무와 내 이웃이 함께 내 사랑을 받아먹습니다. 내 이웃이 심은 나무는 내 이웃 사랑이 스며, 이 사랑이 내 이웃을 비롯한 뭇사람한테 고루 퍼집니다.


.. 풀 속에 돋아난 이끼처럼 보이던 작은 생명들은 나무들로 자라서 2백 년은 거뜬히 살 것이다 … 비단처럼 곱게 반짝이는 잎(씨앗의 섬세한 솜털 낙하산에게는 안성맞춤인)은 아기 왕자를 눕혀 두고 흔들어 주는 비단 테를 두른 요람 같다. 씨앗은 이렇게 매끈매끈한 천장 아래에 마른 채로 잘 보관되어 있다. 궂은 날씨에 오랫동안 닳아버린 거친 바깥 부분만 보면 이끼 가득한 지붕 같다. 그러니 길가의 흙에 내려앉는, 그저 여름 끝에 나오는 갈색의 낡은 것으로만 알았던 이것은 사실 귀한 보물이 든 작은 상자인 것이다 ..  (27, 116쪽)


 우리 집 뒤꼍에서 자라는 모과나무를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심은 모과나무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 할아버지가 심은 모과나무입니다. 아마 이웃 할아버지가 조금 더 젊은 할아버지였을 적에 심은 모과나무였을 텐데, 이웃 할아버지는 이 모과나무를 심어 꽃을 보고 열매를 봅니다. 이웃 할아버지가 심은 모과나무 한 그루 뒤꼍에서 자라기 때문에, 우리 식구들은 고마이 모과꽃과 모과열매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 겨울에는 가지마다 자그맣게 올라온 새눈을 바라보며, 이 새눈이 싱그러이 피어날 봄을 기다립니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사랑을 심습니다. 고이고이 자라날 사랑을 나무씨앗 하나에 담아 심습니다. 나무씨앗은 어린나무로 크고 어른나무로 우뚝 섭니다. 조그마한 나무씨앗 한 알이 우람한 어른나무로 자라기까지는 퍽 오래 걸립니다. 오래오래 살아갈 나무인 만큼, 어른나무로 우뚝 서기까지는 꽤 오랜 나날이 걸리겠지요.

 

 가만히 보면 사람도 이와 마찬가지예요. 아주 조그마한 사람씨앗이 어머니 몸속에서 열 달을 자랍니다. 어머니 몸속에서 나온 뒤로도 갓난쟁이를 거치고 어린이를 거쳐 푸름이로 자라면서 비로소 씩씩한 젊은이로 우뚝 서요. 한 해 다섯 해 열 해 스무 해에 걸쳐 씩씩하고 튼튼한 어른으로 거듭납니다. 곧, 사람씨앗이 싱그러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나날을 들여야 하듯, 나무씨앗 또한 싱그러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나날을 들여야 해요.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나무는 없어요. 하루아침에 열매를 맺는 나무 또한 없어요. 하루아침에 꽃을 피우는 사람이 있을까요. 하루아침에 열매를 맺는 사람이 있나요.

 

 목숨을 낳아 목숨을 돌보면서 목숨을 잇는 일이 거룩하다면, 오직 하나뿐인 목숨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목숨이 어여삐 빛을 내면서 싱그러이 사랑을 나누기 때문입니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나무씨앗이나 사람씨앗 모두 어여삐 빛을 냅니다. 우뚝 선 나무와 사람 모두 싱그러이 사랑을 나눕니다.

 숲은 나무가 있어 아름답습니다. 지구별은 사람이 있어 아름답습니다.


.. 나는 처음에 이 바위가 어떻게 강물과 기슭 사이에 끼어들었나 궁금했는데, 사실 이 느릅나무들이 무사히 자랄 수 있었던 것은 이 바위 덕택이다. 바위는 떠다니던 씨앗을 붙잡은 다음 싹이 터서 자라는 어린나무들을 보호했고, 지금은 나무들이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보존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먼 옛날 목처지에 굴러온 둥근 바위는 결국 한 무리의 나무를 자라게 했고, 지금은 그 나무들의 잎에 가려 모습을 감추고 있다 ..  (67쪽)


 아름다운 숲이지만, 돈을 바라며 함부로 베거나 망가뜨리면서 무너지는 숲이고 맙니다. 아름다운 사람이지만, 돈을 꾀하며 아무렇게나 뒹굴면서 망가지는 사람이고 맙니다.

 

 숲은 스스로 지키고 스스로 가꾸며 스스로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이 숲에 돈벌이 꾀하는 사람들 손길이 퍼지면서 그예 망가집니다. 사람은 스스로 지키고 스스로 가꾸며 스스로 살아갑니다. 그렇지만 이 사람은 돈벌이에 홀리는 또다른 사람들 손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면서 그만 무너집니다.

 

 사람들이 애써 가꾸어야 살아나는 숲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힘써 가르쳐야 배우는 사람이 아닙니다. 숲은 숲 스스로 오래도록 이어온 사랑과 목숨을 스스로 돌볼 수 있을 때에 싱그러이 살아나며 숨쉽니다. 사람은 사람 스스로 먼먼 옛날부터 이어온 사랑과 목숨을 스스로 깨달아 보살필 수 있을 때에 싱그러이 살아나며 숨쉬어요.

 

 헬리콥터로 ‘벌레 잡는 약’을 뿌려야 숲을 지키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따로 솎아베기를 해야 나무가 잘 자라지 않습니다. 숲 스스로 나무를 다스리고, 나무 스스로 씨앗을 건사해요.

 

 학교에 보내야 삶을 배우지 않습니다. 회사를 다녀야 사랑을 나누지 않습니다. 사람들 누구나 가슴속에 자리한 빛줄기를 알아채면서 곱게 어루만질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스스로 일구는 삶을 바라봅니다. 사람들 누구나 마음속에 모신 꿈을 북돋울 때에 바야흐로 스스로 사랑하는 삶을 누립니다.


.. 나는 작은키참나무가 대체 무슨 쓸모가 있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벌목꾼이 보기에는 쓸모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가장 흥미로운 나무 중 하나며, 흰자작나무와 마찬가지로 뉴잉글랜드와는 떼놓을 수 없는 나무다 … 어떤 씨앗은 우리로서는 현미경으로나 봐야 할 정도로 작지만 그들에게는 엄연히 하나의 견과다 ..  (193∼194, 197∼198쪽)


 나무는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납니다. 나무는 한겨울에도 따순 햇살을 받아먹으며 씩씩하게 섭니다. 나무는 흐드러진 별빛을 받으며 저녁에 잠듭니다. 나무는 뭇새들 지저귀는 소리에 새벽을 열고, 들판을 가득 채운 풀들이 바람 따라 일렁이는 소리를 들으며 아름다운 한낮을 함께 즐깁니다.

 

 사람은 어버이한테서 물려받는 꿈과 사랑을 먹으며 마음을 살찌웁니다. 사람은 어버이와 함께 땀흘려 움직이고 일하며 몸을 다스립니다. 두 다리는 흙을 밟습니다. 두 손은 흙을 만집니다. 두 눈은 흙을 바라봅니다. 코로는 흙내음을 맡습니다. 두 귀로는 흙에 깃든 목숨들이 내는 소리를 듣습니다. 살갗으로는 햇살 머금는 흙이 얼마나 촉촉한가를 느낍니다.

 

 나무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하며 살아가려 하는가를 말없이 지켜봅니다. 사람은 나무들이 어떻게 숲을 이루어 아름다운 누리를 이루는가를 조용히 지켜봅니다.

 


 (2) 나무꽃, 사람꽃


 한 사람이 살아가자면 땅이 얼마나 있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한 사람이 목숨을 잇자면 푸성귀이든 고기이든 곡식이든 얼마나 먹어야 할까 궁금합니다. 한 사람 목숨을 잇는 먹을거리는 얼마만한 땅에서 거둘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얼마나 넓은 집에서 살림살이를 얼마나 많이 건사하면서 살아야 아름답다 할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 농부는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따면서도 이웃 숲 속에서 다람쥐가 자기보다 더 부지런히 리기다소나무의 열매를 수확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 후손을 퍼뜨릴 씨앗이 필요하다면, 자연은 다람쥐의 식탁에서 떨어진 부스러기만 가지고도 만족하는 모양이다 … 웅덩이 곁에서 자라는 도깨비바늘이나 험한 절벽 위에서 자라기도 하는 도둑놈의갈고리는 자기들의 씨앗을 운반해 줄 짐승이나 사람이 그리로 지나갈지 어쩌면 그리도 잘 알까! ..  (31∼32, 35, 127쪽)


 우람하게 자란 나무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냅니다. 느티나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냅니다. 뽕나무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씨앗을 냅니다. 단풍나무도, 후박나무도, 살구나무도, 오얏나무도, 포도나무도, 모두 꽃과 열매와 씨앗을 내요.

 

 우람한 나무 둘레에 흙땅이 있으면, 이 흙땅에는 어김없이 씨앗이 떨어져 씩씩하게 뿌리를 내립니다. 우람한 그늘 밑이라 햇살 한 조각 받아먹기 만만하지 않지만, 한 해 두 해 세 해 네 해 다섯 해 차츰차츰 뿌리를 깊이 내리고 줄기를 높이 올립니다.

 

 나무는 사람들이 따로 어린나무를 심어야 자라지 않습니다. 나무는 처음부터 어미나무가 씨앗을 내어 흙에 떨구면서 퍼져 자랍니다.

 

 아이들은 어버이가 낳아 돌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받아먹으며 자라는데, 따로 학교를 다니거나 회사를 다녀야 어른으로 자라지 않습니다. 햇살을 먹고 흙에 뿌리내리며 바람과 물을 마시며 자라는 나무이듯, 햇살 같은 사랑과 흙 같은 믿음과 물 같은 꿈과 바람 같은 이야기를 어버이한테서 받아먹으며 자라는 아이입니다.


.. 여새와 울새는 야생 벚나무가 어디 있는지 죄다 알고 있는 것 같다. 벌이나 나비를 구경하려면 엉겅퀴를 찾아보면 되듯이 이 새들은 벚나무를 찾아보면 틀림없이 구경할 수 있다 … 우리는 적어도 씨앗을 심지 않고서는 정원에 무언가를 자라게 하기 어렵다. 그러니 무언가가 저절로 씨앗을 퍼뜨리는 것을 보면 놀라게 마련이다 ..  (93, 105쪽)


 햇살을 받아먹지 못하는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흙이랑 물이랑 바람을 받아먹지 못하는 나무는 그만 시들시들 말라죽고 맙니다.

 

 햇살 같은 사랑을 받아먹지 못하는 아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합니다. 흙이랑 물이랑 바람 같은 꿈과 믿음과 이야기를 받아먹지 못하는 아이는 그만 시들시들 아픔과 생채기가 쌓이고 맙니다.

 

 햇살을 받아먹으면서 가슴속에 햇살을 품는 나무입니다. 이 햇살을 꽃으로 피우고 열매로 맺고 씨로 내는 나무입니다.

 

 햇살 같은 사랑을 받아먹으면서 가슴속에 햇살 같은 사랑을 품는 아이입니다. 이 햇살 같은 사랑을 꽃 같은 꿈으로 길어올리고, 꽃다운 믿음으로 나누며, 꽃처럼 곱게 이야기보따리 펼치는 아이입니다.


.. 땅 자체가 바로 곡물창고이자 온상(묘상)이다. 그러니 어떤 사람들은 지표면을 거대한 생명체의 표피로 여기는 것이다 … 소나무가 잘리기 전에 씨앗은 이웃의 들판으로 날아가서 후손을 퍼뜨렸다. 가장자리를 따라 작은 소나무들이 온통 싹을 틔운 것이다. 이 소나무들은 너무 빨리 빽빽하게 자라서 이곳 사람들조차 7.5미터 길이의 무성한 소나무숲을 갈아엎거나 베어내지 못했다. 더욱이 이들 소나무 사이에 섞인 씨앗을 맺는 큰 참나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좁고 긴 땅은 흔히 그러하듯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작은 묘목이 가득했다 ..  (204, 224쪽)


 나무는 제 어미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습니다. 아주 조그마한 씨앗에는 어미나무 온 사랑이 감돕니다. 아이는 제 어버이한테서 사랑을 이어받습니다. 참으로 자그마한 씨앗에는 어버이 온 사랑이 깃듭니다.

 

 나무로 살아갈 모든 꿈과 사랑이 녹아드는 씨앗입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살아가면서 나누거나 펼칠 모든 꿈과 사랑이 녹아드는 씨앗입니다. 씨앗으로 갈무리하는 나무 넋이고, 씨앗으로 그러모으는 사람 얼입니다.

 

 꽃이 피기를 꿈꾸는 씨앗입니다. 새롭게 열매를 맺기를 바라는 씨앗입니다. 다시금 씨앗을 내며 빛나는 목숨을 나누고픈 씨앗입니다. 씨앗은 새로운 씨앗을 낳지만, 새로운 씨앗만 낳지 않아요. 씨앗은 먼저 꽃을 피워요. 꽃을 피우기까지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며 잎과 줄기를 내요. 푸르디푸른 잎사귀로 온누리를 푸르게 가꿔요. 씨앗은 꽃을 피우면서 천천히 열매를 맺어요. 씨앗은 새로운 씨앗으로 퍼지기 앞서, 달콤한 밥을 나누어요.

 

 나무꽃뿐 아니라 사람꽃도 이와 같아요. 어버이가 맺는 사랑씨앗은 아이들이라는 새 목숨만 낳지 않아요. 어버이부터 스스로 아름다이 일구는 삶꽃을 피워요. 어버이부터 스스로 착하게 돌보는 꿈을 맺어요. 어버이부터 스스로 참다이 아끼는 보금자리를 뿌리내려요. 아이라고 하는 사랑꽃·사람꽃·꿈꽃이란 어버이 스스로 누리는 고운 삶꽃이 밑바탕이 되어 태어나요.

 


 (3) 《씨앗의 희망》 읽기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일군 책씨인 《씨앗의 희망》(갈라파고스,2004)을 읽습니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이 내놓은 책 가운데 《월든》이나 《시민의 저항》은 꽤나 읽히지만, 《씨앗의 희망》은 그닥 읽히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 왜 이토록 아름다운 책씨는 옳게 읽히지 못하는가 궁금합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한국에서 《씨앗의 희망》이 읽히기는 몹시 어렵겠구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나무와 눈높이를 맞추고 들풀과 삶높이를 맞추는 이야기를 천천히 적바림하는 《씨앗의 희망》은 지식이나 정보로는 읽을 수 없어요. 지식을 얻거나 정보를 챙기려는 마음으로는 이 책을 읽을 수 없어요.

 

 자연 지식을 얻자 하면서 읽는 《씨앗의 희망》이 아니에요. 시골살이를 노래하는 《월든》이 아니에요. 도시 물질문명을 거스르자는 뜻을 보여주는 《시민의 저항》이 아니에요.

 

 아름다이 살아갈 길을 스스로 누리면서 작은 씨앗을 뿌리려는 헨리 데이빗 소로우 님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삶을 고치거나 손질하려는 뜻이 있을 때에, 비로소 이 책에 깃든 사랑씨를 맞아들일 수 있어요. 사랑씨를 맞아들이며 내 삶을 바꾸려고 해야 바야흐로 이 책을 따사로이 품을 수 있어요.


.. 박주가리 하나가 믿음을 갖고서 씨앗을 무르익게 하고 있는데 세상이 이번 여름에 끝장날 것이라는 대니얼이나 밀러의 예언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 자연은 풀 베는 사람에게 잎은 내줄지언정 씨앗만은 지켜내는 것이다. 홍수가 와서 씨앗을 날라다 주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  (124, 133쪽)


 좋은 책은 추천도서가 아닙니다. 좋은 책은 고전이나 명작이 아닙니다. 좋은 책은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아닙니다.

 

 좋은 책이라 하는 이름을 붙이자면, 나 스스로 좋은 삶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책이어야 합니다. 좋은 책이라 하는 이름은, 나 스스로 좋은 삶을 사랑하도록 돕는 책에 붙습니다.


.. 놀랍고 원통하게도 스스로 그 땅의 주인이라고 하는 사람이 어린 참나무들을 모조리 태워 버리고 겨울에 호밀을 뿌려 버린 사실을 알았다! 그는 틀림없이 1∼2년 뒤에는 참나무가 다시 자라도록 내버려둔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다. 그 사이에 호밀이라도 조금 심으면 분명히 돈이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  (234∼235쪽)


 이 나라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옳게 읽히지 못하는 일은 슬프지 않습니다. 이 나라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가 널리 읽힌다 한들 그리 반갑지 않습니다. 《씨앗의 희망》을 옳게 읽기 앞서, 사람들 스스로 내 좋은 삶을 옳게 읽으며 새로 태어날 수 있어야 기쁩니다. 《씨앗의 희망》을 널리 읽기 앞서, 사람들 스스로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어떤 꿈을 나누어야 즐거운 나날인가를 깨달을 수 있어야 반갑습니다.

 

 책 하나 더 읽는대서 나쁘지 않아요. 책 하나 안 읽었대서 나쁘지 않아요.

 

 삶을 사랑할 때에 좋아요. 사랑할 만한 삶을 착하고 참다이 느껴 맑고 밝게 어깨동무할 때에 좋아요. (4345.1.28.흙.ㅎㄲㅅㄱ)

 

 


댓글(7)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녀고양이 2012-01-28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과 열매 냄새가 가득해지시겠네요.
못 생겼다고 하지만, 정말 향이 좋죠.. 그윽하네요.

글을 읽으면서 햇살 비치는 숲길을 상상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한겨울, 문득 좋네요. ^^

숲노래 2012-01-28 13:23   좋아요 0 | URL
한겨울은 한겨울대로 좋은 나날이기에
새봄은 새봄대로 좋을 수 있어요~

페크pek0501 2012-01-2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이라 하는 이름을 붙이자면, 나 스스로 좋은 삶으로 거듭나도록 이끄는 책이어야 합니다. 좋은 책이라 하는 이름은, 나 스스로 좋은 삶을 사랑하도록 돕는 책에 붙습니다." - 이것, 당연한 말씀인데도, 제게 누군가가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인가 하고 물으면 이렇게 답할 자신이 없네요. 그래서 한 수 배워 갑니다. ㅋ

숲노래 2012-01-29 06:33   좋아요 0 | URL
모두들 잘 아는 이야기일 테지만,
너무 바쁘거나 매이는 삶 때문에
그만 잊고 말아서
스스로 좋은 책하고 멀어지지 않느냐 싶어요.

oren 2012-01-2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된장님의 글을 읽어보니 어린 시절 시골에 살면서 온갖 풀과 나무와 씨앗들과 함께 뒹굴고 놀던 그 시절이 한없이 그립게 느껴집니다.

그 시절엔 나무도 많이 심고, 또 가끔씩 열매나 과실을 얻기 위해 나무에 올라가기도 하고, 밤이나 대추를 많이 얻을 욕심으로 나뭇가지도 많이 꺾었던 기억도 나네요.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와 제대로 교감을 나누지도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도시에서의 무미건조한 삶을 새삼 되돌아보게 되고, 그런 삶을 너무나 당연시해 왔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게 됩니다.

숲노래 2012-01-29 06:36   좋아요 0 | URL
언제나라도 느낄 때가 가장 이를 때라고 했어요.
시골에서든 도시에서든
풀 나무 꽃 흙 햇살 바람 물
아낄 수 있는 길을
저마다 예쁘게 찾아나서면 즐거우리라 믿어요.

oren 2013-10-12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초에 쓰신 글이지만 오늘 다시 읽어봐도 여전히 방금 쓰신 글처럼 읽혀서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