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옷 실 풀기
아이 어머니가 뜨개를 한다. 한창 뜨다가 자꾸 푼다. 누군가 고마이 올려준 도안을 내려받아 종이에 뽑은 다음 찬찬히 들여다보며 뜨는데, 뜨개질 손놀림이 어디에선가 꼬여 엉뚱한 모양이나 크기가 되기 때문이다. 도안대로 찬찬히 떴다지만 생각보다 예쁘게 나오지 않거나 실이 많이 들어가 무겁게 될 때에도 푼다.
곁에서 뜨개질을 지켜보는 아이 아버지는 생각한다. 며칠에 걸쳐 뜬 옷가지를 십 분도 걸리지 않아 풀면 얼마나 아깝고 아쉬운가. 잘못 떴으면 잘못 뜬 대로 마무리를 해도 좋으련만.
둘째 기저귀를 빨래하며 생각한다. 아냐, 잘못 뜬 옷가지를 그대로 마무리하면 제대로 입거나 걸치지 못할 뜨개옷이 잔뜩 생기지 않겠니. 이 옷가지를 나중에 어떻게 하겠니. 여러 날 품을 들였어도 다시 풀어야 이 실로 새롭게 예쁘게 즐겁게 뜨개질을 할 수 있잖아.
나는 내가 쓴 글을 책으로 엮으려고 한 꼭지 두 꼭지 갈무리할 때에, 어김없이 글 손질을 한다. 엊그제 쓴 글이든 한 달 앞서 쓴 글이든 몇 해 앞서 쓴 글이든 여러 차례 되읽으면서 낱말이랑 말투를 모두 새로 가다듬는다. ‘그대로 마무리’했다가는 썩 예쁘지 않은 글이 온누리에 책옷 입고 태어날 수 있으니까. 예전에 글을 쓰며 미처 모르던 ‘아직 바르게 가다듬지 못한 말투’는 다스려야지. 엉성하거나 성긴 글을 부끄럽게 누구한테 읽히겠니.
그렇지만, 엉성하거나 성기게 쓴 오늘 이 글을 누군가 읽어 준다. 그냥저냥 그대로 둔다 해서 나쁠 구석 없다. 참말 그렇다. 도안과는 다르게 뜬 옆지기 뜨개옷이라 하더라도 그냥 마무리해서 즐기면 넉넉하다. 이 뜨개옷에는 여러 날이라는 품이 아니라, 한 땀 두 땀 애틋한 손길과 따순 마음이 깃들었으니까. 좋은 사랑과 어여쁜 꿈이 담긴 뜨개옷이기에, 풀지 않고 그대로 입어도 좋고, 씩씩하게 풀어서 다른 새 옷을 떠도 반갑다. (4345.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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