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82] 도토리나무

 몇 해 앞서 첫째를 낳은 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어린이노래를 들려주려고 옆지기가 인터넷을 뒤지다가 ㄴ이라는 데에 올려진 국악동요를 찾았습니다. 여러 가지 국악동요는 요즈음 나오는 어린이노래 가운데 아이한테 들려줄 만한 몇 안 되는 노래라고 느꼈어요. 그런데 이 국악동요 가운데 첫머리를 “도토리나무에서 왕 도토리가 ……” 하고 여는 어린이노래가 있어요. 아이가 이 노래를 퍽 좋아해서 옆지기랑 나는 외울 수 있을 만큼 들어서 밤에 재울 때라든지 낮에 놀 때라든지 곧잘 부릅니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을 때부터 노래말이 영 내키지 않아요. 하나도 올바르지 않거든요. 참나무가 맺어 내놓는 열매가 도토리이지만, 참나무는 참나무이지 도토리나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뽕나무가 맺어 내놓는 열매가 오디이지만, 뽕나무는 뽕나무이지 오디나무가 아니에요. 열매이름을 따서 도토리나무라든지 오디나무라 해도 아주 틀리지는 않아요. 그러나 아이가 나무이름을 어린이노래에 나온 노래말대로 말하는 일은 너무 못마땅합니다. 나는 이 노래를 처음부터 아이한테 “참나무에서 왕 도토리가”로 바꾸어 부르고, 옆지기도 이제 “참나무에서 왕 도토리가”로 바꾸어 부르며, 어머니랑 아버지가 이렇게 부르니, 아이도 이 노래말을 따라 “도토리나무” 아닌 “참나무”로 말합니다. (4344.12.3.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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