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벌레 책읽기
첫째 아이 오줌을 몇 시에 누일까 생각하다가 한 시 십 분에 누인다. 두 시쯤 누일까 싶기도 했으나, 엊저녁 여덟 시에 누이고 재웠기에 두 시까지는 좀 힘들 듯해서 한 시에 누인다. 한 시에 누이면서 조금 걱정스럽다. 이 아이가 때때로 다시 잠들지 않고 몇 시간을 잠자리에서 노래부른다든지 종알거린다든지 발로 바닥을 콩콩 찧는다든지 하기 때문이다.
아이 오줌그릇을 들고 텃밭으로 나와 뿌린다. 도랑 옆으로 개똥벌레 한 마리가 키큰 소나무를 오르내리며 난다. 한 마리는 도랑 옆에 가만히 앉아서 쉰다. 깊은 밤 개똥벌레 하얀 빛은 퍽 멀리서도 알아볼 만하다. 그렇다고 책을 읽을 만큼 밝지는 않은데, 먼 옛날이라면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한 밤이었을 테고, 불빛 하나 없이 캄캄한 밤에 개똥벌레를 백 마리쯤 잡아서 창호지에 넣었으면, 종이에 적힌 글을 그럭저럭 읽을 만할 수 있으리라 본다. 왜냐하면, 불빛 없는 시골자락에서는 반달만 떠도 길이 훤하게 보이니까. 반달부터 보름달까지는 참말 밤에도 달빛에 기대어 책을 읽을 수 있다.
기지개를 켜고 집으로 들어간다. 마당에 서서 휘 둘러보고 들어가려는데 앞쪽에서 개똥벌레 한 마리 날아온다. 이 녀석은 내가 선 줄 모르고 내 쪽으로 날아올 테지. 가느다랗게 깜빡이는 작은 불똥이 내 눈앞을 스친다. 아주 작다. 모기나 파리보다는 조금 크지만 잠자리나 나비보다 훨씬 작다. 이 작은 개똥벌레 꽁무니에서 하야스름한 불똥이 피었다가 진다. 아이는 어김없이 노래를 부른다. 두 시 십사 분. “벼리야, 밤에 다들 자는데 노래부르면 안 돼지.” 둘째 아이 기저귀를 열 장쯤 빨아서 두 방에 나누어 널며 이야기한다. 장마 첫날, 밤에 비가 멎었기에 겨우 기저귀 빨래를 해서 말리려 한다. 첫째 아이는 목소리를 낮추어 노래를 부른다. 이러다가 노래를 그치고, 아버지보고 “이불 덮어 주세요.” 하고 말하더니 손과 발로 바닥을 콩콩 툭툭 두들기며 논다. (4344.6.22.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