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말(인터넷말) 39] 라이프, 오피니언
언제부터라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얼추 1995년 무렵부터가 아닌가 싶은데, 이무렵부터 신문이나 방송마다 나란히 영어쓰기가 널리 퍼졌습니다. 아니, 이에 앞서도 영어쓰기는 꽤나 퍼졌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대놓고 아무 영어나 마구 쓰기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무 영어나 마구 섣불리 쓰기도 했으나, 그다지 눈에 뜨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삶’이라는 우리 말은 안 쓰더라도 한자말로 ‘生活’이라고 하거나 한자말을 한글로 적어 ‘생활’이라고는 했지, 영어로 ‘life’를 쓰거나 영어를 한글로 적은 ‘라이프’를 쓰지는 않았어요. 내 고향 인천에서 연안부두 쪽에는 ‘라이프 아파트’라는 곳이 1980년대에 섰는데, 그무렵 영어를 모르던 저로서는 ‘라이프 아파트’가 무슨 뜻인지 몰랐습니다. 이제 와서 돌아보면 아파트 이름 참 우습게 붙인 꼴입니다. 그냥 ‘삶 아파트’인 셈이잖아요. 그런데 신문사이든 방송사이든, 또 인터넷 포털회사이든, 고작 ‘삶’을 뜻하는 이름이지만, ‘삶’이라 붙이지 않고 ‘라이프’라고 붙입니다. ‘사람들 생각’을 뜻한다는 한자말 ‘여론’조차 안 쓰고 ‘오피니언’이라고 붙입니다. 그러고 보면, ‘새이야기’나 ‘소식’이나 ‘새소식’이라 않고 ‘뉴스’나 ‘news’라고만 하는 지식인과 기자입니다. 이럴 바에는 ‘경제’도 ‘이코노믹’이라 써야 할 텐데, 이런 말은 또 그냥 ‘경제’라 합니다. 정치도 ‘정치’라고만 합니다. 우리 말을 제대로 쓰는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 말을 제대로 생각하거나 나누는 사람 또한 거의 만날 수 없습니다. (4344.2.24.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