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빛과 볕 (2025.11.22.)

― 부산 〈책과 아이들〉



  책이름은 어떻게 붙이든 안 대수롭지만, 더 들여다보면, 책이름이 바로 줄거리입니다. 어떻게 책이름으로 갈피를 잡느냐에 따라서 풀잇길이 바뀌게 마련입니다. 여태껏 숱한 굴레가 있고, 아직 곳곳에 굴레가 가득하되, 예나 이제나 어질게 지은 숱한 아름집과 아름살림부터 살펴서 풀어내고 보여주고 들려줄 수 있어야지요. 이러면서 어떤 굴레집이 남았는지 짚을 수 있어야 할 텐데 싶습니다.

 

  흔히 “생명은 소중하다”라든지 “흑인은 소중하다”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이 목소리는 안 나쁘되, 거꾸로 ‘피해자의식 강요’로 기울면서 미움씨를 심더군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라든지 “꽃이 사람보다 아름답다”도 언제나 거꾸로 ‘다른 한쪽을 깎아내리는 미움씨’로 기우뚱해요. 정 목소리(구호)를 내려고 한다면, “우리는 모두 숨결(생명)이야”라든지 “우리는 모두 아름답다(소중)”처럼 사랑씨를 심는 말빛을 헤아릴 노릇이에요.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자칫 “어른은 안 지켜도 되는가?”처럼 거꾸로 치달을 수 있기에 “아이를 사랑하고, 어른으로 어깨동무하자”처럼 말씨앗을 가다듬어 봅니다.


  부산 〈책과 아이들〉에서 2025년 ‘내가 쓰는 내 사전’ 마무리모임을 꾸립니다. 오늘은 ‘빛’과 ‘볕’ 두 낱말을 짚으면서 ‘햇살·햇빛·햇볕’이 어떻게 다르면서 ‘빛·빚·비·빚다’가 맞물리는지 들려줍니다. 햇살은 때(시간)를 알리고, 햇빛은 몸(모습)을 밝히고, 햇볕은 숨(살림)을 북돋웁니다. 없기에 비고, 비기에 빚을 질 테지만, 비었기에 비(빗물)와 씨(흙)를 손수 비벼서 빚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예방교육·예방주사’가 아닌, 또한 ‘목소리(명분·교훈)’가 아닌, 아이어른이 함께 살림을 짓고, 밥을 짓고, 흙을 돌보는 하루를 모든 배움터가 조촐히 펴면 넉넉합니다. 없애자고 목소리를 외칠수록 못 없애요. 스스로 보금자리부터 사랑하며 살림을 짓는 하루를 아이랑 손잡으면서 펼 적에, 어느새 모든 부스러기를 치울 수 있습니다. 모든 응어리는 차분히 풀 수 있습니다.


  불(부아)을 내면, 불기둥이 솟아서 막힌 데를 뚫거나 바꿀 수 있어요. 그러나 불(화火)을 자꾸 내면 어느새 버릇이 되거나 길들면서 ‘틈새뚫기’가 아닌 ‘불질하기’를 되풀이하더군요. 불질(화)을 어쩌다 살짝 낼 수 있되, 이 불씨를 가만히 잠재우고서 햇빛이나 별빛이나 꽃빛처럼 서로 밝히는 빛살이며 함께 살리는 햇볕으로 나아가야지 싶어요. 둘레(사회)가 따뜻(다정)하든 안 따뜻하든 말이지요. 저놈이 안 따뜻하다고 저놈을 탓하거나 손가락질할 까닭이 없어요. 너랑 내가 따뜻하게 한집안을 일구면서 한마을을 가꾸고 한별(지구)을 품으면 늘 느긋합니다.


ㅍㄹㄴ


《작은삶》(숲하루, 스토리닷, 2025.11.30.)

《부엌의 드래곤 3》(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8.23.)

《부엌의 드래곤 4》(시마다 리리·미요시 후루마치/윤선미 옮김, 소미미디어, 2023.12.20.)

#台所のドラゴン #縞田理理 #みよしふるまち

《애벌레를 위하여》(이상권 글·오정택 그림, 창비, 2005.10.31.첫/2007.10.20.2벌)

《압록강은 흐른다(외)》(이미륵/정규화 옮김, 범우사, 1989.3.20.첫/1993.7.30.3벌)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파블로 네루다박병규 옮김, 민음사, 2008.3.5.첫/2011.5.2.4벌)

《간디 자서전》(M.K.간디/함석헌 옮김, 한길사, 1983.12.10.첫/2015.1.15.3판28벌)

《감동을 주는 부모 되기》(이호철, 보리, 2009.1.5.첫/2013.7.15.4벌)

《최초의 인간 루시》(도날드 요한슨·메이틀랜드 에디/이충호 옮김, 푸른숲, 1996.7.1.첫/1996.7.30.2벌)

《길 위의 소년》(페터 헤르틀링 글·페터 크노르 그림/문성원 옮김, 소년한길, 2002.2.15.첫/2002.9.20.2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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