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이 꼭 있어야 할까? - 더불어 사는 사회를 위한 공공 임대 주택 이야기 철수와 영희를 위한 사회 읽기 시리즈 16
서윤영 지음 / 철수와영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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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5.11.7.

푸른책시렁 188


《내 집이 꼭 있어야 할까?》

 서윤영

 철수와영희

 2025.10.6.



  집이 없어도 숲이나 들이 있으면 깃들 수 있습니다. 온누리 목숨붙이는 따로 집을 두지는 않습니다. 새끼를 낳을 즈음에 둥지를 트는 새가 있고, 새끼를 돌봐야 할 굴을 파는 짐승이 있습니다만, 새끼새나 새끼짐승이 다 자라면 들숲을 누비면서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사람도 처음부터 집을 이루며 살지는 않았습니다. 들숲메를 품는 들사람과 숲사람과 멧사람은 들숲메가 고스란히 살림터이니까요. 스스럼없이 푸르고 조촐히 살림을 이루던 무렵에는 하늘과 땅이 고스란히 누구한테나 보금자리입니다. 이와 달리 따로 밥옷집이라는 살림살이를 ‘지으’려고 하면서, “짓는 자리”인 ‘집’을 이룹니다. 집이란, 짓는 곳입니다. 밥을 짓고 옷을 짓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사랑을 짓는 데예요.


  《내 집이 꼭 있어야 할까?》는 어쩐지 잘못 길을 잡는 듯싶습니다. “내 집”이라고 하면 돈(부동산·재산)으로 기웁니다. 우리가 삶을 짓는 터라면 “우리 집”이라 하거나 단출히 ‘집’이라고만 말할 노릇입니다.


  먹고 입고 자려면 집이 있어야 할 테지요. “집이 꼭 있어야 할까?” 하고 묻기보다는 “집을 어떻게 가꿔야 할까?”라든지 “집을 어떻게 지어야 할까?” 하고 물을 노릇이라고 봅니다. 어린이와 푸름이가 ‘입시공부’라는 틀에 앞서 먼저 “나는 어떻게 집을 꾸리고 일구고 짓는 삶을 이루려는 마음인가?” 하고 돌아보고 되새길 이야기를 들려주어야지 싶어요.


  이 책을 보면, 26쪽에 “전투기가 등장하여 공중에서 폭격을 시작했습니다” 같은 대목이 있는데, 그냥 틀렸습니다. ‘전투기’는 하늘에서 치고받는 날개입니다. 마을에 마구 쏟아부어서 펑펑 터뜨리는 날개는 한자말로 ‘전폭기’라고 합니다. 34쪽에 ‘세그리게이션’이나 ‘소셜 믹스’라는 어려운 이웃말을 그냥 쓰는데, 왜 우리말로 안 옮기고 안 풀어내는지 아리송합니다. 우리는 ‘집’을 짓습니다. ‘주거지’도 ‘건축물’도 아닙니다. 집이라는 곳을 가리키는 이름이 왜 ‘집’인지 차분히 짚으면서 살림길을 밝히려고 해야 비로소 우리나라 집살림이 나아갈 길을 다룰 만하다고 봅니다.


  이제는 으레 서울(도시)에서 살아가는 길만 쳐다봅니다만, 집이 짓는 곳이라는 뜻은, 모든 집은 모름지기 ‘들집·숲집·멧집’이라는 뜻이고 ‘시골집’이라는 얼거리입니다. 시골에서 살림을 짓고 땅을 지으며 말글을 손수 짓는 하루를 돌아보는 집을 들여다볼 수 있을 적에 제대로 집길·집빛·집사랑을 헤아리겠지요. 우리가 예부터 시골에서 어떤 집을 수수하게 지으면서 살림을 수수하게 지었는지 살필 때라야, 오늘과 모레를 잇는 새길을 내다본다고 느낍니다.


ㅍㄹㄴ


오늘날 미국 주거 복지의 특징은 공공 임대 주택을 짓는 대신 저소득층에게 임대료를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49쪽)


네덜란드는 독일과 달리 민간 임대 시장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전체 주택 재고 중 7%만이 민간 임대 주택인데, 이마저도 정부의 통제를 받습니다. (58쪽)


공공 임대 주택 유형이 이렇게 많아진 데는 정치적 요인이 큽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선심성 혹은 과시용 정책을 발표했어요. (74쪽)


저소득층에게 시설 좋은 공공주택 단지를 제공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20∼30년 정도의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보니 빈곤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후대까지 이어져 계속 임대 주택에 사는 일이 생겼습니다. (114쪽)


+


《내 집이 꼭 있어야 할까?》(서윤영, 철수와영희, 2025)


이후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 그 뒤 조금씩 늘어납니다

→ 이러고서 차츰 늘어납니다

7쪽


멀리 떨어진 외곽에 지어지다 보니 교통이 불편했습니다

→ 멀리 떨어진 곳에 짓다 보니 길이 나쁩니다

→ 먼 바깥에 짓다 보니 오가기 답답합니다

→ 멀리 귀퉁이에 지으니 다니기 힘듭니다

31쪽


사회 계층별로 주거지가 분리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세그리게이션(segregation)’입니다

→ 사람들 사이에 마을을 가를 적에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담쌓기’입니다

→ 사람들이 서로 삶터를 나눌 적에 이르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따로살기’입니다

34쪽


반대로 서로 다른 계층들이 한 지역에 섞여 사는 것을 ‘소셜 믹스(social mix)’, 우리말로는 ‘사회적 계층 혼합’이라고 합니다

→ 거꾸로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곳에 섞여서 살면 ‘함께살기’라고 합니다

→ 그러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나란히 섞여서 살면 ‘담허물기’라고 합니다

→ 그런데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지내면 ‘빗장트기’라고 합니다

34쪽


대개 다자녀 가정이

→ 으레 아이 여럿이

→ 아이가 여럿이면

36쪽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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