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5.10.9. 한글날이 대순가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훈민정음을 선보인 세종 임금은 ‘우리글’을 선보이기는 했으되, 우리글을 가르친 바는 없습니다. 우리글이라는 훈민정음으로 중국글을 옮기고, 중국을 기리는 책을 내고, 이 나라 임금을 섬기라는 책을 내고, 한자를 읽는 길을 밝히는 책을 내었습니다. 조선 무렵에 있던 글칸(서당)은 ‘중국글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입니다. 훈민정음을 안 가르치고 못 배우는 얼개입니다.
해마다 한글날을 맞이할 즈음에 곧잘 둘러보지만, ‘한글·우리글’과 ‘훈민정음·한문’을 제대로 맞대어서 살피는 글바치는 여태 못 봅니다. 일부러 안 쓸 수 있지만, 몰라서 못 쓴다고 해야 맞습니다. 생각하지 않으니 그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어서 쓸 수 없다고 느낍니다.
주시경 님이 조금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한글날’을 제대로 세웠으리라고도 봅니다. ‘한글날’이란 ‘훈민정음날’이 아닌 ‘한글날’이요, “누구나 우리말을 우리글에 담는 길을 배우고 가르치는 아름다운 나라”를 기리는 날인걸요.
스승날에 ‘스승’이 어떤 사람인지 돌아보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버이날에 ‘어버이’가 어떤 자리인지 헤아리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어린이날에 ‘어린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는지 살피지 않는 이 나라입니다. 설날에 ‘설’이 무슨 뜻은지 짚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 나라입니다. 한가위에 ‘한·가위’가 무슨 숨결을 품는지 곱씹는 사람은 너무 드문 이 나라입니다.
한글날은 안 대수롭습니다. 한글날은 하늬옷(서양 양복)을 차려입고서 우쭐대는 날이 아닙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을 짓고서, 한글을 처음으로 누구나 배우도록 가르친 주시경 님은 짚신에 두루마기 차림이었습니다. 보따리를 움켜쥐고서 걸어다녔습니다. 중국한테도 일본한테도 하늬(서양)한테도 휘둘리지 않는, 손수 살림을 짓는 작은사람과 언제나 함께 나아간다는 마음으로 일찌감치 이녁 집부터 어깨동무(성평등)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한글날을 기린다는 자리에 모인 사람이 어떻게 찾아왔고, 어떤 옷을 입었고, 어떤 신을 꿰었는지, 그리고 ‘책가방’이라도 있는지 없는지 들여다보는 눈이 있다면, 이 나라 한글날이 여태 얼마나 엉망진창이었는지 조금은 어림을 하겠지요.
ㅍㄹㄴ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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