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품책숲 (2025.9.14.)

― 부산 〈책과 아이들〉



  우리나라에서 “책을 품는 책숲”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크고작은 책숲(도서관)은 잔뜩 열었습니다만, ‘책숲이라는 집(도서관이라는 건축물)’을 처음 세우고 나면, ‘책을 둘 시렁과 자리와 터’를 더 늘리는 일은 아예 없습니다. 틀림없이 해마다 새책이 허벌나게 쏟아지는데, ‘이미 들인 책’ 곁에 ‘새로 들일 책’을 놓을 자리는 얼마나 있을는지 아리송합니다.


  이른바 책숲(도서관)이라면, 새책만 들이는 몫이 아닙니다. ‘오래책(이미 들여놓고 오래 읽힐 책)’과 ‘새책(갓 태어나 새로 읽힐 책)’이 나란히 있을 자리를 꾸준히 늘릴 노릇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모든 책숲은 ‘책시렁(책을 둘 곳)’을 안 늘려요. 거꾸로 책시렁을 빼거나 줄이면서 가볍게(이용자 편의성 증대) 바뀌는 얼개입니다. 책숲에 책이 없거나 사라지는 알쏭한 늪입니다.


  엊저녁은 〈카프카의 밤〉에서, 오늘아침은 〈책과 아이들〉에서 ‘말닿기 마음닿기’라는 이름으로 “2025 문학상주작가 스테이지”를 폅니다. 지난 닷쨋달(5월)부터 꾸리는 이야기밭하고 사뭇 다르게 오직 노래(시)란 무엇인지 파고들면서 “누구나 노래하는 님”인 까닭과 뜻과 수수께끼를 푸는 자리를 꾸립니다.


  제가 여태 걸어온 길을 더듬자면, “모든 사람은 그저 사람이고 사랑인데, 우리는 스스로 사랑을 잊은 사람 같아.” 하고 느낀 바를 1994년에 ‘함께살기’란 이름으로 여미어서 저한테 베풀었습니다. 이러다가 “사람이 스스로 사람빛을 잊은 까닭은 아무래도 스스로 숲을 등지느라 자꾸 숲을 짓밟고 죽이면서 사람으로서 제 숨빛과 넋을 죽이는 굴레에 사로잡힌 탓일 테지. 모든 사람은 스스로 숲사랑과 숲살림과 숲사람인 줄 찾을 노릇이라고 봐.” 하고 느낀 바를 2013년에 ‘숲노래’란 이름으로 담아서 저한테 베풀었어요.


  우리는 “스스로 하늘인 줄 스스로 잊은 님”이라고 느낍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 숲인 줄 스스로 잊은 사람”이요, “스스로 별이며 꽃인 줄 잊은 씨앗”인데다가, “스스로 노래요 바람인 줄 잊은 빗방울”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느낀 바를 2020년에 ‘파란놀’이란 이름으로 담아서 조용히 품으며 베풀었습니다.


  저는 2007년부터 책마루숲(서재도서관)을 꾸립니다. 2011년부터 두멧시골에 깃들어 보금숲을 품습니다. 언제나 신나게 책을 사들여서 읽고 차곡차곡 놓습니다. 이 나라에 책숲다운 책숲이 없으면, 우리집 마루를 ‘책마루숲’으로 가꾸면서 ‘책품책숲(책을 품는 이야기숲)’으로 나아갈 노릇이라고 여겨요. 비록 나라(정부)에서 안 하더라도, 나부터 스스로 호젓이 즐겁게 웃고 노래하며 걸어가면 됩니다.


ㅍㄹㄴ


《쥐와 다람쥐의 이야기》(미슈카 벤 데이비드 글·미셸 키카 그림/황연재 옮김, 책빛, 2018.10.30.)

#The Tale of a Mouse and Squirrel #MishkaBenDavid #MichelKichka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박혜선 글·장준영 그림, 위즈덤하우스, 2019.5.25.첫/2023.8.8.7벌)

《도쿄 윤카페》(윤영희, 책구름, 2023.10.27.)

《숲에서 태어나 길 위에 서다》(우동걸, 책공장더불어, 2021.10.28.)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이오덕, 고인돌, 2013.8.25.)

《사랑과 자발성의 교육》(양희규, 내일을여는책, 1997.7.25.첫/1998.4.25.2벌)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이꽃님, 문학동네, 2018.2.9.첫/2025.5.28.44벌)

《십죽재전보》(호정언/김상환 옮김, 그림씨, 2018.8.30.)

#十竹齋箋譜 #胡正言

《꽃섬 고양이》(김중미 글·이윤엽 그림, 창비, 2018.7.30.첫/2019.6.25.3벌)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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