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19.
《흰, 한강 소설》
한강 글·차미혜 사진, 난다, 2016.5.25.
큰아이하고 저잣마실을 나온다. 여름에는 고흥읍 어린놀이터가 물놀이터로 바뀌어 시끄럽고 물벼락이 치는 터라, 어린놀이터 옆 잎물집(찻집)에 등짐을 내려놓고서 얘기를 하고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쉰다. 그런데 이 잎물집이 이녘 집이라도 되는 듯이 떠드는 아재가 으레 있다. 경상도나 서울에도 이런 아재가 있을 테지만, 온나라를 돌아보노라면 전라아재가 가장 추레하고 시끄럽다.
《흰, 한강 소설》을 곰곰이 읽었다. 이 꾸러미가 ‘소설’인지 아리송하지만, ‘소설’이라고 여긴다면 그렇겠지. 한강 씨는 ‘짚을(자료조사)’ 적에 퍽 고단하다고 여기는 듯싶다. 이제 책을 마치고서 더는 안 짚어도 될 적에 몹시 후련한 듯싶다. 글을 써내야 하기에 여러 글과 사람을 마주하려 하고, 글을 다 써내면 어느덧 말끔히 털어내어 남남으로 서는구나 싶다. 다른 글바치도 비슷비슷하다. 글을 써서 책을 내어 밥벌이를 할 때가 아니라면 ‘짚을’ 일이 없다.
그런데 글바치가 ‘짚는’ 모두는 ‘이웃’일 텐데. 글을 쓸 적에만 ‘이웃’을 만나고 들여다본다면, 글을 안 쓰거나 다 쓴 뒤에는 잊거나 턴다면, 그저 ‘하얗게 비우’는 듯하지만 ‘하얗게 모르’는 쳇바퀴이지 싶다.
낮에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풀벌레가 운다. 미리내가 물결치는 고즈넉한 저녁을 맞이한다. 시골이란 별밤을 이루기에 아늑한 살림터이다. 글바치 가운데 풀벌레와 별을 아예 모르거나 안 겪은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들은 ‘글을 써야 할 때’조차 풀벌레와 별을 가까이하지 않기 일쑤요, 어쩌다가 살짝 마주하더라도 ‘그날 살짝 마주친 자리’만으로 글을 써도 될는지 궁금하다. 그래, 이제 이 나라는 제비하고 참새가 어떻게 노래하는지 모르는 사람투성이인걸. 뱁새나 박새를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