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8.23.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제임스 설터 글/최민우 옮김, 마음산책, 2020.2.10.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선다. 큰아이는 자다가 일어나서 배웅을 한다. 다음 불날까지 바삐 움직이면 열흘쯤 시골집에서 느긋이 쉴 수 있다. 시골버스도 시외버스도 늦여름이지만 찬바람이 매섭다. 우리는 버스에서 밖바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제는 ‘에어컨 끄고 창문 여는 버스’로 돌아갈 일이다. 온나라에 나무숲길을 이루어야 더위와 추위 모두 풀어낼 수 있다. 부산 동래 한켠에 자리한 〈금목서가〉를 들르고서 〈책과 아이들〉로 걸어간다. 퍽 수그러든 늦여름볕을 누리면서 걸아다니는 사람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여름이니 더울 노릇이니, 여름에 땀을 실컷 흘려야 철든 사람으로 일어선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을 읽었다. 이 책이야말로 몇 해 못 읽히고서 사라졌는데, 쓰지 않기에 사라지지 않는다. 쓰지 않으면 스스로 마음에 새길 뿐이다. 몸을 내려놓는 마지막날까지 글이나 말로 안 남기면 조용히 품고서 잠재울 텐데, 이렇게 품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나 멍울이나 눈물이나 응어리나 생채기로 남고, 노래나 이야기나 삶으로 잇는다. 꼭 써야 하지 않되, 굳이 안 써도 되는 줄 받아들인다면, 누구나 홀가분히 모든 하루를 다 다르게 꽃피우고 열매를 맺으면서 나눌 만하다고 본다.
#DontSaveAnything #JamesSalter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