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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의 말들 - 그릏게 바쁘믄 어제 오지 그랬슈 ㅣ 문장 시리즈
나연만 지음 / 유유 / 2024년 10월
평점 :
다듬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5.8.6.
다듬읽기 267
《충청의 말들》
나연만
유유
2024.10.4.
《충청의 말들》은 충청말 몇 가지를 여러 책이나 보임꽃(영화)에서 뽑아서, 글쓴이가 보낸 삶과 엮어서 들려주는 얼개입니다. 그런데 “-의 말들”은 일본옮김말씨입니다. 우리말씨가 아닙니다. 우리는 ‘서울말·부산말·시골말·마을말’처럼 말할 뿐, “서울의 말·부산의 말·시골의 말·마을의 말”처럼 말하지 않아요. 우리말씨는 ‘-의’ 없이 쓰거든요. 또한 우리말씨로는 ‘말’ 같은 낱말에 ‘-들’을 안 붙입니다. 꽃이나 잎이나 나무도 ‘꽃’과 ‘잎’과 ‘나무’처럼 말할 뿐, ‘꽃들’이나 ‘잎들’이나 ‘나무들’이라 안 합니다. 무엇보다 책이름을 굳이 일본말씨에 옮김말씨로 붙여야 할 까닭을 알 턱이 없고, 이런 일본굴레에 스스로 갇힌 채 안 헤어나오려고 한다면, 가볍게 재미삼아서 몇 가지 고장말을 짚는다고 하더라도 ‘사투리맛’으로 넓거나 깊게 파고들지 못한다고 느낍니다. 글을 통째로 충청글로 여밀 수 있어야 비로소 “충청노래”라는 이름을 붙일 만할 테지요.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아닙니다. 《충청의 말들》을 쓴 분이나 이 책을 엮은 분은 ‘요지ようじ’가 일본말인 줄 모르는 듯싶습니다. 사투리나 시골말이 아닌 일본말일 뿐입니다.
ㅍㄹㄴ
《충청의 말들》(나연만, 유유, 2024)
충청의 말은 매우 위대하다
→ 충청말은 매우 대단하다
→ 충청말은 매우 훌륭하다
10쪽
허술하다는 점도 큰 흠이 되지 않는다고
→ 허술하더라도 그리 흉이 아니라고
→ 허술하더라도 썩 모자라지 않다고
15쪽
어쩔 수 없이 산책을 하게 되었다
→ 어쩔 수 없이 마실을 했다
→ 어쩔 수 없이 나들이를 했다
17쪽
인나. 해가 중천이여
→ 인나. 해가 높아
→ 인나. 대낮이여
19쪽
자전거로 드리프트 하다가 논두렁에 처박히는 일이 비일비재한 동네
→ 두바퀴로 미끄러지다가 논두렁에 처박히게 마련인 마을
→ 두바퀴로 미끄럼 타다가 걸핏하면 논두렁에 처박히는 시골
33
이 셋의 공통점을 전혀 모르겠다
→ 이 셋이 뭘 닮는지 영 모르겠다
→ 이 셋이 왜 같은지 통 모르겠다
37쪽
나의 그 소망도 이뤄졌길 바란다
→ 내 꿈도 이루길 바란다
→ 내 뜻도 이루길 바란다
43쪽
누에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누에를 보고 오기를 빈다
→ 누에를 보고 오면 즐거우리라
55쪽
어감이 부드럽고, 직유적이기보다는 은유적이다
→ 말맛이 부드럽고, 바로말보다는 가만하다
→ 말결이 부드럽고, 곧장말보다는 돌려말한다
→ 말씨가 부드럽고, 서슴없기보다는 도닌다
57쪽
하나님의 말씀(혹은 모태신앙으로 인한 정신 개조) 덕에
→ 하나님 말씀(또는 배내믿음으로 마음을 바꾼) 때문에
63쪽
누군가는 해약이 물고기가 통발을 빠져나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 누구는 끊기가 물고기가 통발을 빠져나가기만큼이나 어렵다고
→ 누구는 그만두가 물고기가 통발을 빠져나가기만큼이나 어렵다고
85쪽
요즘은 호구조사하듯 개인사를 물어보는 게 매우 실례다
→ 요즘은 집을 살피듯 속삶을 물어보면 매우 고약하다
→ 요즘은 샅샅이 삶이야기를 물어보면 매우 건방지다
→ 요즘은 들여다보듯 하루를 물어보면 매우 버릇없다
87
검색을 해 보니 요지로 살을 꺼내 먹어야
→ 찾아보니 이쑤시개로 살을 꺼내 먹어야
→ 살펴보니 쑤시개로 살을 꺼내 먹어야
91쪽
중년 남자 고경철 씨가 이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신혼을 회상하고 있다
→ 고경철 아저씨가 이승을 떠난 곁님과 풋풋하던 날을 떠올린다
→ 고경철 씨가 이승을 떠난 곁님과 처음 살던 나날을 되새긴다
101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풀꽃나무 들숲노래 동시 따라쓰기》,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