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4.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
예롱 글·그림, 뿌리와이파리, 2019.10.28.
새벽에 부산에서 길을 나선다. 순천을 거쳐서 고흥읍에 닿고, 옆마을을 스치는 시골버스를 탄다. 마침내 논둑길을 걷는다. 귀가 확 트인다. 우리 보금숲인 시골은 시끌소리가 없다시피 하구나. 풀죽임물을 뿌려댄다든지, ‘뒷술잔치’를 꾀하는 몇몇 벼슬꾼을 빼면, 이 들길이란 참으로 반짝이는구나. 논마다 내려앉은 흰새가 많다. 바람소리와 구름송이를 맞아들인다. 바깥마루에 등짐을 부린다. 즐겁게 씻고 빨래를 하고서 등허리를 편다.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흑인이 앉았다》를 읽었다. 그림님 짝꿍은 ‘검은살갗’이라고 한다. 키큰 검은살갗인 짝꿍하고 마실을 하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볼 뿐 아니라, 슬금슬금 비켜선단다. 옆에 누가 앉건 말건 우리는 스스로 할 일을 하면서 나아갈 곳에 가면 된다. ‘이웃’이 아닌 ‘남’이라 여기면, ‘남’인 터라 겉모습만으로 이리 재고 저리 따지면서 꺼리거나 싫어하거나 미워하거나 내치기 일쑤이다. 서로 ‘사람’으로 마주하면 낯선 누구라도 사근사근 마주하는 사이로 지낸다. 서로 ‘숨결’로 바라보면 처음 보는 누구라도 스스럼없이 지나치면서 온마음이 아늑하다.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 “저만 알던 거인”(오스카 와일드)으로 뒤바뀐 오늘을 살아간다고 해야지 싶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