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7.19.


《밑줄 독서 모임》

 여희숙 글, 사우, 2023.7.7.



이른새벽에 마을 기스락밭으로 간다. 밭일손을 찾기 어려워서 나한테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할매 여럿은 새벽 네 시부터 곤드레를 베신 듯하다. 나는 자루에 곤드레를 꾹꾹 눌러서 묶는다. 자루 하나에 얼추 40㎏ 남짓 나올 듯싶다. 등짐으로 메기 버거울 만큼 커다랗게 자루로 묶는데, 일이 거의 끝날 즈음 할매 한 분이 “으띃게 묶는다요? 오? 그렇게 묶는감? 우리 집이 영감은 영 묶을 줄 모르는디, 그릏게 하는구만?” 하면서, 여든 해 만에 처음으로 자루묶기를 해보시려고 하지만 도무지 어렵다. 앞으로는 바뀌겠지만 두멧시골에서는 ‘순이돌이 일감’이 다르다. 마늘밭에서 함께 마늘을 캐는 할배가 드물게 있지만 “거 왜 여자 일을 남자가 하는감?” 하며 타박하는 분이 많더라. 《밑줄 독서 모임》은 서울 광진에서 마을책집 〈날일달월〉을 꾸리는 여희숙 님 손끝으로 태어났다. 한 사람 두 사람 모여서 조촐히 꾸린 ‘읽기모임’이란, 책읽기뿐 아니라 마을읽기와 둘레읽기와 이웃읽기와 하늘읽기와 마음읽기로 뻗었으리라 느낀다. ‘책모임’은 책만 사이에 놓지 않는다. 책을 발판삼아 삶과 살림과 사랑과 숲을 들여다보는 자리이게 마련이다. 목소리를 높이려면 책은 안 읽어도 된다. 살림짓기라는 길을 빚으려고 책을 읽는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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