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 숲노래 책넋

2025.6.27. 귀제비



  고흥 곳곳에 귀제비가 산다. 귀제비는 제비하고 다르게 생겼고 다르게 날고 다르게 둥지를 짓는다. 사람도 다 다르니, 새도 다 다르게 마련이다. 제비하고 귀제비를 모르면, 제비집도 몰라보고 귀제비집은 아주 몰라본다.


  서울사람한테 귀제비집을 아느냐고 묻는다면 바보일 수 있다. “제비집을 어찌 생각합니까?” 하고 묻는 일(여론조사)은 없지 싶다. 한 푼도 두 푼도 뒷돈은 뒷돈이요, 한 줄도 두 줄도 베끼기(논문표절)는 베끼기이다. 그렇지만 슬금슬금 넘어가려 한다. 제비가 사라지는 나라는 어찌 망가지는지 아예 어림조차 않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 이곳을 뒤흔든다.


  나라일꾼(국무총리·장관·기관장)쯤 맡으려면 50억 원이건 2억 원이건 200원이건 몰래 받는 일이 없이 ‘아이곁에서’ 살림을 짓는 참한 일꾼이어야 하지 않을까. ‘저놈’들은 더 많이 받아먹었다면서 나무랄 까닭이 없다. ‘저놈보다 적게 받아먹었’기에 잘못이 아니거나 없을 수 없다. ‘숙대 글베끼기(논문 표절)’를 따진 손가락으로 ‘칭화대 글베끼기(논문 표절)’을 나란히 따지고 나무랄 줄 알아야 이 나라가 발돋움을 한다. 글베끼기를 하는 사람은 책을 안 읽는다고 느낀다. 이들은 ‘훔칠’ 뿐이다. 배우지 않으니 훔치거나 베끼거나 등돌린다. 


  아이들은 갈수록 읽눈(문해력)이 떨어진다는데, 먼저 어른부터 읽눈이 바닥을 친다. 슥 훑고서 읽었다고 여기는 분이 너무 많고, 책이고 영화이고 고작 애벌만 훑고서 ‘읽었다’고 말하니, 그저 엉성할 뿐이다. 아이도 어른도 “한두 벌 말한다”고 해서 바로 알아듣지 않는다. 자꾸자꾸 말해야 천천히 알아차린다. 어느 책이든 곰곰이 짚으면서 두고두고 되읽어야 비로소 속뜻을 새긴다. 속뜻을 안 새기면서 겉훑기를 하는 물결이 높은 나머지, “우리말이 가장 어렵다”는 어이없는 말이 나오기까지 한다.


  언제나 우리말이 가장 쉽다. 쉬운 우리말부터 차분히 익히기에 숱한 새길을 내고 열고 가꾼다. 우리말이 아닌 “우리말 시늉”을 하는 겉치레를 치워야, 아이들부터 굴레(입시지옥)에서 벗어나고, 어른은 저마다 어질게 보금자리를 일굴 수 있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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