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4.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
오시마 다에코 글·가와카미 다카코 그림/육은숙 옮김, 학은미디어, 2006.5.5.
작은아이가 아침에는 집일을 살짝 거들지만, 낮부터 저녁까지 아무 집일을 안 쳐다본다고 느낀다. 무엇이든 스스로 살피고 찾고 나서야 할 뿐 아니라, 배우고 익혀야 몸에 스밀 텐데, 슬금슬금 뺄 적에는 하루그림이 없게 마련이다. “보라 씨, 뭘 하시나요? 밥차림을 거들 수 있나요?” 밥과 국을 새로 끓인다. 곁밥을 세 가지 마련한다. 두 아이가 어릴적에는 혼자 다 해내면서 아이들을 두바퀴에 태워서 들숲바다를 달릴 뿐 아니라, 그림책을 읽어 주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여름에는 밤새 부채질을 했으나,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맡을 일거리를 하나씩 짚어 준다. 짚는 대로 따라오기도 하고, 이내 잊기도 한다. 《빨간 모자 꼬마 눈사람》은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에 따라 하나씩 나온 아름그림책이다. 작은아이가 대여섯 살 무렵 이 그림책을 처음 알아보았으나 이미 판이 끊겼더라. 두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서 마르고 닳도록 읽어 주었고, 철마다 다르게 흙과 풀과 숲과 바다와 나무와 씨앗과 바람과 비랑 놀면서 살았다. 오늘 우리가 맨발로 흙을 밟고 맨손으로 눈을 굴리면서 실컷 노는 나날이라면 이 그림책은 오래오래 사랑받았겠지. 이제라도 ‘놀이순이·놀이돌이’가 나라 곳곳에서 깨어나면 이 그림책이 다시 태어날는지 모를 일이다.
#大島妙子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