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촉촉히 2025.5.19.달.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을 어여삐 여기는 하늘은 눈물을 쏟듯 비를 내려. 뿌옇게 어지럽고 망가진 마음마냥 하늘도 뿌옇고 어지러우니, 눈물 같은 비를 촉촉히 뿌려서 씻고 달랜단다. 비가 잦으면 씻을거리가 넘친다는 뜻이야. 때로는 구름 하나 없이 땡볕만 따갑고 뜨겁게 내리꽂는데,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 그야말로 메마르고 차가운 나머지, 하늘도 눈물이 마른 탓이란다. 안타깝고 안쓰럽고 가여우니 눈물비를 뿌려. 이제 안타깝지도 안쓰럽지도 가엾지도 않을 만큼 엉망으로 망가지니 긴긴 가뭄을 잇는단다.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나? 사람들은 스스로 무엇을 하는지 느끼나? 사람들은 사랑을 잊고도 웃음이 날까? 사람들은 사랑하고 등지면서 무엇이 좋다고 킬킬거리지? 눈물을 잊는 사람은 눈물로 촉촉히 적시는 비를 잃고 말면서 가뭄을 치른단다. 사랑을 잊는 사람은 샘물로 촉촉히 스미는 비를 잃을 수밖에 없어서 장마에 벼락비를 겪으면서 좍좍 치워야 하지. 해가 저물 즈음부터 이슬이 맺어서 새벽까지 촉촉히 적신단다. 낮에 푸르게 빛나면서 바람을 일으킨 풀꽃나무는 밤새 쉬면서 ‘달콤물’인 이슬로 촉촉히 씻어. 들숲짐승도 밤에 이슬빛으로 촉촉히 잠기면서 기운을 북돋우고. 모든 숨결은 ‘물’과 ‘바람’을 품으면서 다 다르게 이 별에서 어울려. 어느 숨결은 물을 조금 품으면서 야물고, 어느 숨결은 물을 가득 품으면서 무르익어. 사람은 이 사이에서 어떤 물빛과 바람빛으로 촉촉하면서 아름답고 즐거울는지 헤아리렴.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