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5.5.17.


《끝의 시작》

 서유미 글, 민음사, 2015.1.9.



밤에 제대로 못 잔 듯싶다. 시골집에서는 나무바닥에 요만 깔고서 눕기에, 살짝 등허리를 펴더라도 나무가 베푸는 숨빛을 머금으면서 개운하다면, 큰고장이나 서울에서는 하나같이 폭신자리(침대)이게 마련이라 영 거북하다. 그러나 어느 자리에서 잠들든 마음을 바꾸면 될 노릇인데, ‘자리 핑계’를 댄 셈 아닌가. 뒤척이다가 잠을 물린다. 어둑한 밤부터 하늘빛을 머금는다. 동틀녘에는 해를 먹는다. 아침에는 자주 해를 쬐면서 풀밭에 맨발로 선다. 잠을 거의 안 이루었지만 몸이 스르르 풀린다. 한낮에 조금 눈을 붙인 다음 촛불보기를 한다. 이윽고 수영초등학교 곁 마을책집 〈여기서책〉을 찾아간다. 마을아이랑 마을어른이 책집을 기웃기웃하는구나. 새로 연 책집을 놀랍고 반갑게 맞이한다고 느낀다. 이제 연산동 〈카프카의 밤〉으로 건너가서 《일하는 아이들》을 놓고서 ‘이오덕 마음을 읽고 잇는 이야기’를 편다. 《끝의 시작》을 돌아본다. 우리글꽃(한국문학)은 이렇게 ‘바람질(불륜)’ 또는 ‘난봉’이어야 글감인가? 순이돌이는 서로 짝짓기 말고는 하고 싶은 일이 없을까? 마음을 나누고 집안일을 함께 꾸리고 손수 하나하나 짓고 돌보는 보금자리를 들려주는 줄거리는 아예 마음에 없을까? “끝의 시작”이라는 일본말씨를 바꿀 수 있을까? 끝은 처음, 끝부터, 끝에서, 끝에서 새로, 끝을 가다, 끝에서 가다, 여러모로 우리말씨를 헤아려 본다.


ㅍㄹㄴ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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