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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의 곤충생활 2
아메갓파 쇼죠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5.5.14.
네가 살고 나랑 살며
《마이의 곤충생활 2》
아메갓파 쇼죠군
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7.31.
벌레가 없으면 논밭이 모두 망가집니다. 벌레 없는 시골이라면 논밭이 모두 무너져서 사람은 굶어죽을 수 있습니다. 왜 벌레가 없으면 논밭이 모두 망가져서 사람도 다 굶어죽을 판이 될까요?
잎을 갉는 벌레는 새밥이자 개구리밥입니다. 새와 개구리는 벌레를 먹으면서 살아갑니다. 뱀은 개구리와 쥐를 먹고, 새는 또 뱀을 먹습니다. 벌레와 뱀이 없으면 새는 낟알과 씨앗을 어마어마하게 쪼아댈 뿐 아니라, 쥐가 엄청나게 득시글대면서 사람살이는 하루아침에 망가집니다.
박정희가 내세운 새마을바람은 시골벌레를 비롯해서 벌나비를 몽땅 없애는 죽임더미(농약·화학비료·비닐)를 퍼뜨렸고, 새까지 모조리 내쫓는 죽임길로 치달았습니다. 이리하여 고작 쉰 해도 걸리지 않은 2025년 무렵 시골은 새와 개구리와 풀벌레가 거의 자취를 감추려고 하는 ‘죽음터’로 치닫습니다. 이미 중국과 하늬(유럽·미국)에서는 새와 벌레를 안 건드려야 하는 줄 깊이 깨닫고는 섣불리 죽임더미를 쓰지 않는 길로 가지만, 우리나라만큼은 ‘드론 농약’까지 나오면서 거꾸로 죽음시골로 몰아세우는 판입니다.
오늘날 시골에서 살거나 일하는 사람은 대단히 드뭅니다. 시골에서 일자리를 얻은 벼슬아치(공무원)는 수두룩하되, 이들 가운데 시골마을에 집을 둔 사람은 몇 없습니다. 시골 벼슬아치조차 읍내에서 살거나 가까운 다른 큰고장에서 부릉부릉 몰면서 오갑니다. 시골에는 도무지 안 살려고 하는 ‘진보당·정의당·녹색당’이기도 합니다. 하나같이 서울에서 맴돌고, 이따금 부산·대구·인천이나 전주쯤에는 머물지만, ‘읍’이 아닌 ‘면·리’로 터전을 옮겨서 흙을 만지려는 ‘진보좌파’는 영 안 보입니다.
《마이의 곤충생활》은 두걸음으로 단출히 맺습니다. 그저 ‘시골 + 벌레 + 흙 + 논밭 + 푸른길’로 엮어도 될 텐데, 자꾸 ‘짝맺기(순이끼리 짝맺기)’로 줄거리를 맞추려고 하면서 샛길로 빠지기 일쑤였어요. 짝맺기가 나쁠 일이란 없으나, 애써 푸른살림을 차분히 풀어내는구나 싶을 때마다 짝맺기를 끼워넣는 얼거리는 아쉬울 뿐입니다.
오늘날 우리나라나 푸른별 뭇나라를 보면 ‘순이가 마음놓고 살 만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순이가 마음놓고 살 만하지 않은 터전’은 ‘돌이도 나란히 마음놓고 살기 팍팍한 터전’입니다. 어느 쪽만 살 만하지 않을 수 없어요. 둘 모두 나란히 고단합니다. 그러면 누가 살기에 좋을까요? 바로 ‘힘꾼(권력자)’하고 ‘힘꾼한테 빌붙는 심부름꾼’만 살기에 좋습니다.
순이가 마음놓고 살아갈 터전이란, 돌이도 마음놓고 살아갈 터전입니다. 둘은 따로 갈라야 할 사이가 아닌, 어깨동무를 이루면서 함께 배우고 가르쳐서 나란히 노래하고 놀며 일하는 길을 열어야 할 동무이자 이웃입니다.
이러구러 ‘벌레살이’를 읽고 익혀서 벌레랑 함께살기를 이룰 적에 비로소 논밭살림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벌레살이 곁에 새살이가 있고, 개구리살이와 뱀살이가 있는 줄 눈여겨볼 때라야, 사람이 어떻게 사람살이를 푸르게 일구면서 온숲을 이루는 온별로 피어나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제대로 보아야 합니다. ‘재(아파트)’하고 ‘쇠(자가용)’가 아예 없더라도 굶어죽거나 다치거나 힘들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논밭이 망가지고 들숲메바다가 망가지면 모든 사람이 떼죽음입니다. 2025년 6월에 우두머리를 새로 뽑을 텐데, 이놈과 저놈과 그놈과 딴놈 가운데 어느 놈도 ‘푸른시골’을 헤아리지 않을 뿐 아니라, ‘푸른시골에서 즐겁게 땀흘릴 어린이와 푸름이를 돌보는 배움길’을 살피지 않아요. 푸른시골이 사라지면 서울도 하루아침에 끝장나는 줄 모른다면, 그대는 왼날개도 오른날개도 아닌, ‘우리에 스스로 갇힌 몸뚱이’일 뿐입니다.
ㅍㄹㄴ
“멸종 우려가 있는 종 중 하나야. 서식 조건이 조금 특수하거든. 가끔 습원에 온 멧돼지가 먹이를 찾으라 파둔 구멍에 물이 고인 상태가, 꼬마잠자리 유충의 성장에 가장 적합하대.” “조건이 엄격하구나.” “여기선 우리가 비슷한 구멍을 파서 환경을 조성해 주지만.” (17쪽)
“가늘고 긴 건 소금쟁이아과. 동글동글한 건 바다소금쟁이아과에 속해. 즉 광대소금쟁이는 바다소금쟁이아과지.” (25쪽)
“이놈들은 더위에 약해. 고추좀잠자리의 체온은 날갯짓을 할 때마다 주위보다 10도 높아진다. 그래서 여름엔 산 위로 피난했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기슭으로 내려오지.” (74쪽)
“우리나라는 자연이 풍부하고산림이 3분의 2를 차지하지. 그다음으로 많은 것이 농지야. 북에서 남까지 논밭이 없는 지역은 하나도 없어. 논밭을 경작하면 이 나라의 모습을 만들어 나갈 수 있어. 그렇게 생각하자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벅차오르더구나.” (79쪽)
“이대로 내가 죽으면, 넉점박이송장벌레가 청소해 주면 좋겠어.” (82쪽)
“너한테선 흙냄새가 난다. ” “밭일을 하니까요.” “그게 아니라 더 깊은 부분에서야. 이 땅이 널 지켜주고 있는 거겠지.” (141쪽)
“흰개미는 주택에 해를 끼치지만, 산야의 쓰러진 나무를 분해해 주는 중요한 곤충이에요.” “해충이라도 함부로 죽이면 안 되겠구나.” (157쪽)
“날 여기로 불러줘서 고마워.” “후후,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회사에 근무할 땐 일하는 게 고역이라 싫었어. 하지만 신기하게도 농사는 그런 생각이 안 들어. (166쪽)
#麻衣の蟲ぐらし #雨がっぱ少女群
+
《마이의 곤충생활 2》(아메갓파 쇼죠군/정은서 옮김, 대원씨아이, 2019)
상속분은 상쇄하고도 남아
→ 물림몫은 비기고도 남아
7
형용하기 힘든 쓸쓸함만 남았다
→ 말하기 힘들 만큼 쓸쓸했다
→ 몹시 쓸쓸했다
8
밭의 쪽도 일단은 혼자서 괜찮으니까 내일부터는 각자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요
→ 아무튼 밭도 혼자서 할 만하니까 이튿날부터는 처음대로 돌아가요
→ 밭일도 뭐 혼자서 할 만하니까 다음날부터는 예전대로 돌아가요
9
멸종 우려가 있는 종 중 하나야. 서식 조건이 조금 특수하거든
→ 사라질 수 있는 하나야. 보금자리가 조금 다르거든
→ 사라질 듯한 한 가지야. 삶터가 조금 유난하거든
17
가끔 습원에 온 멧돼지가 먹이를 찾으러 파둔 구멍에 물이 고인 상태가, 꼬마잠자리 유충의 성장에 가장 적합하대
→ 가끔 늪에 온 멧돼지가 먹이를 찾으러 파둔 구멍에 물이 고여야 꼬마잠자리 애벌레가 잘 자라
17
용수는 강이나 연못의 물과 비교하면 녹아있는 불순물이 아주 적어
→ 샘은 내나 못물과 대면 부스러기가 아주 적어
→ 샘물은 냇물이나 못물보다 찌꺼기가 아주 적어
22
그런 예비 전력을 지녔기 때문에 개미무리는 다양한 트러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 그런 뒷심이 있기 때문에 개미무리는 갖은 말썽에도 잘 맞설 수 있다
→ 그런 뒷힘이 있기 때문에 개미무리는 온갖 고비도 잘 넘길 수 있다
44
일본에서 제일 큰 수생 곤충이야
→ 일본에서 가장 큰 물벌레야
47
할아버지의 잔영을 찾고 있었다
→ 할아버지 그림자를 찾는다
→ 할아버지 뒤안길을 찾는다
70
혹은 썩어서 낙과(落果)가 되는걸요
→ 또는 썩어서 떨어지는걸요
→ 아니면 썩어서 뒹구는걸요
113
일본흰개미는 유성생식 말고도 단성생식도 가능하거든요
→ 일본흰개미는 암수맺이 말고도 혼맺이도 하거든요
→ 일본흰개미는 암수사랑 말고도 그냥맺이도 하거든요
159
출하할 채소의 종류를 늘리고 싶어요
→ 내놓을 남새를 늘리고 싶어요
→ 선보일 남새를 늘리고 싶어요
162
무늬가 특이하네. 흰색 땡땡이야
→ 무늬가 다르네. 흰얼룩이야
→ 무늬가 새롭네. 흰동글이야
163
글 : 숲노래·파란놀(최종규). 낱말책을 쓴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쉬운 말이 평화》, 《곁말》,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이오덕 마음 읽기》을 썼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