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서노 문학의전당 시인선 19
안명옥 지음 / 문학의전당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5.

노래책시렁 482


《소서노召西奴》

 안명옥

 문학의전당

 2005.12.20.



  오늘날은 여러모로 한마을 같은 온누리입니다. 먼나라 이야기도 곧장 이곳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즈믄해나 두즈믄해가 지난 일이건, 열즈믄 해나 스무즈믄해 앞서 있던 일은 어떻게 읽을 만할까요? 《소서노召西奴》는 일찌감치 판이 끊깁니다. 오늘 우리는 ‘소서노’를 ‘召西奴’라는 한자로 새기지만, 지난날에는 우리글씨가 따로 없었기에 한자를 빌렸습니다. 오늘 우리가 새기는 한자로 지난날 말씨나 이름을 읽다가는 뜬금없거나 엉뚱합니다. 더욱이 지난날을 남긴 글은 훨씬 드물고, 그나마 몇 안 남아요. 우리는 우리 발자취조차 읽거나 새기거나 이야기할 틈이 없을까요? 꿈에서 보았다고 여기면서 이래저래 엮어야 할까요? 오늘 얼거리에 맞추어 예전에도 이랬겠구나 여기면 될까요? ‘소서노’가 어떤 길을 걸었을는지 거의 어림할 수 없다고 하되, 우리 스스로 지우거나 없앴다고 볼 만합니다. 전북 전주에서 잿마을(아파트단지)을 지으려고 땅을 파헤쳤더니 백제 살림이 나왔다지요. 전주뿐일까요? 오늘 우리 삶자리란 옛사람 삶터예요. 잿마을을 높다랗게 세운다며 스스로 때려부순 옛자취란 참으로 많습니다. 임금과 벼슬자리가 아닌, 논밭일꾼과 살림자리를 돌아보려고 한다면, 누구나 어디서나 글빛이 살아날 텐데 싶습니다.


ㅍㄹㄴ


한 번 쏘이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저리고 말듯 한 / 저 강렬한 눈빛 / 산맥을 떠맬 듯한 / 저 강건하 어깨를 좀 보게나. (영웅의 출현/13쪽)


주몽은 예씨부인과 유리왕자가 오자 / 옛 생각이 떠올랐다. // 말갈족을 치시오. / 전쟁을 일으키란 말이오. / 그래야 우리 계루부의 민심뿐 아니라 / 다른 네 부족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사옵니다. // 소서노는 고주몽의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여걸의 야망/24쪽)


+


《소서노召西奴》(안명옥, 문학의전당, 2005)


쿨하고 강인한 소서노는

→ 도도하고 센 소서노는

→ 시원하고 드센 소서노는

→ 깔끔하고 곧은 소서노는

5쪽


소서노의 배필로 삼고 싶은 사람이

→ 소서노 단짝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 소서노 꽃짝으로 삼고 싶은 사람이

→ 소서노 짝지로 삼고 싶은 사람이

15쪽


가장 세력이 큰 부족국가로 등장할 수 있다네

→ 가장 큰 씨겨레로 일어설 수 있다네

→ 가장 큰 겨레나라로 설 수 있다네

→ 가장 큰 한씨나라로 나설 수 있다네

15쪽


그대 품안에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고 미래를 약속하는 밤

→ 그대 품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앞날을 다짐하는 밤

→ 그대한테 안겨 사랑을 나누고 앞일을 말하는 밤

20쪽


그녀의 땅을 박차 오르는 말발굽소리가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우렁차고

→ 소서노 땅을 박차오르는 말발굽소리가 한여름 소나기처럼 우렁차고

27쪽


그녀의 늠름함이 눈감으면 지금도 강력한 한줄기 빛으로 건너와 눈부시게 하네

→ 오늘도 눈감으면 굳센 소서노가 한 줄기 빛으로 건너와서 눈부시네

→ 아직도 눈감으면 듬직한 소서노가 한 줄기 빛으로 건너와서 눈부시네

27쪽


유목민은 누구든지 가볍고 자유롭고 타인을 환대하고

→ 들지기는 누구든지 가볍게 바람처럼 이웃을 반기고

34쪽


천황께 그대로 보고 드리길 바란다

→ 임금한테 그대로 올리길 바란다

→ 꼭두한테 그대로 여쭙길 바란다

94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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