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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보다 ㅣ 민음의 시 215
고두현 지음 / 민음사 / 2015년 10월
평점 :
숲노래 노래꽃 / 문학비평 . 시읽기 2025.3.5.
노래책시렁 481
《달의 뒷면을 보다》
고두현
민음사
2015.10.5.
밤이 밝고 낮이 환합니다. 우리말은 이렇게 갈라서 씁니다. 다만 저도 두 낱말을 어떻게 갈라야 하는지 어릴적에는 잘 몰랐습니다. 나이가 드는 동안에도 ‘밤낮’과 ‘밝다·환하다’를 알맞게 가르는 어른을 못 만났고, 스스로 하나씩 길을 찾는 동안 비로소 말뜻과 말결을 알아챘습니다. 별이 반짝반짝 쏟아지는 밤이기에 밝습니다. 해가 하얗게 틔우는 아침과 낮이기에 환합니다. 잎과 꽃이 활짝 벌어지듯 환합니다. 얼핏 아무것이 아니라 할 낱말 ‘밝다·환하다’로 여길 수 있으나, 아주 작고 흔한 낱말부터 밑동을 차분히 살필 줄 안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쓰는 길이 새롭게 피어나게 마련입니다. 《달의 뒷면을 보다》를 읽었으나 밤에 마주하는 빛이 무엇인지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달빛도 밤빛도 별빛도 아닌, 책상머리에서 붓대를 놀린 글자락이로구나 싶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눈망울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닌, 따로 ‘문학을 만드는’ 글이 흐릅니다. 밤에는 별빛으로 밝다면, 밤이 저물 즈음에는 새로 맞이하는 날이가에 밝는다고 합니다. 속으로도 겉으로도 티없이 일으켜서 또렷하게 볼 줄 아는 길인 ‘밝다’입니다. 멋을 부리려 하면 오히려 멋하고 멀고, 글을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글(문학)하고 멀어요. 먼저 삶을 지으면 글은 저절로 샘솟습니다.
ㅍㄹㄴ
너도 나처럼 한때는 누구 손에서 / 땀에 젖은 숫자를 세며 마음 졸이고 / 또 한때는 그리운 사람의 음성 타고 / 전화박스에서 몸을 떨기도 했겠지 (동전을 줍다/22쪽)
한여름 / 산방 // 모기 / 한 마리 // 탁 // 입적하기 / 직전. (몰입/6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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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뒷면을 보다》(고두현, 민음사, 2015)
은하의 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너의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 별밭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네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 별숲물결에서 막 솟아오르는 눈부신 뒷모습이라니
17쪽
필사(筆寫)란 누군가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따라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베껴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 배워쓰기란 누구를 마음에 새겨 넣는 일
18쪽
담수를 만나는 순간 무엇보다 염도를 낮출 것 소금기를 전부 뺄 것
→ 민물을 만나면 무엇보다 소금을 낮추도록 소금을 다 빼도록
→ 냇물을 만나면 무엇보다 소금을 낮추자 소금을 다 빼자
55쪽
누군가 일순간에 베어 버리고
→ 누가 슥 베어버리고
→ 누가 훅 베어버리고
59쪽
한여름 산방 모기 한 마리 탁 입적하기 직전
→ 한여름 멧채 모기 한 마리 탁 숨지기 앞서
→ 한여름 멧터 모기 한 마리 탁 뒤지기 앞서
65쪽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