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여기 와서 읽는 (2024.11.17.)

― 인천 〈나비날다〉



  새로 낸 책을 들고서 어제 서울에 왔고, 오늘은 인천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책이름을 조금 길게 붙였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스토리닷, 2024)라는 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건 이웃나라에서건 언제나 들꽃과 나무가 자라는 곳을 천천히 걸으면서 마을을 헤아리다가 책집이 있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서 이야기씨앗을 나눈다는 줄거리입니다.


  제가 나고자란 인천은 ‘골목고을’이라고 느낍니다. 인천하고 이웃한 부천과 안산과 수원도, 먼 이웃인 부산과 대구와 광주와 대전도, 다들 조촐히 골목고을이라고 느껴요. 굳이 톨스토이 글자락을 들추지 않더라도 “우리한테 땅이 얼마나 있어야 넉넉한가?” 하고 돌아볼 일입니다. 하루 내내 끝없이 걸어가야 할 만큼 드넓은 땅이 있어야 하나요? 죽고 또 죽어도 다 못 쓸 만큼 돈을 벌어야 하나요?


  작은책집이 온나라에 고루고루 있는 터전이어야 비로소 큰책집이 태어납니다. 작은 골목집이 온누리에 두루두루 보금살림을 가꾸는 밑동이어야 나라가 아름다이 설 만합니다. 작은사람이 작은집에서 작은사랑으로 작은말꽃을 지피는 작은씨앗을 심는 작은길을 걷기에, 글빛과 책빛이 밝다고 느낍니다.


  인천 배다리 〈삼성서림〉에서 한참 책을 읽고 나서 〈나비날다〉로 건너옵니다. 〈나비날다〉 옆에 있는 〈마쉬〉는 오늘도 닫힌 모습입니다. 〈나비날다〉 골마루를 살랑살랑 오가다가 자리에 앉습니다. 고른 책을 읽고, 노래를 여미고, 인천 이웃님하고 두런두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림하는 마음을 담으려고 하는 책에는 풀냄새와 나무냄새가 흐르고, 이 작은책을 알뜰살뜰 건사한 책시렁에서는 숲냄새가 번집니다. 파란하늘을 담아서 푸른들숲을 이루고, 파랗고 푸른 숨결을 고맙게 누리면서 여미는 꾸러미가 책입니다. 채우고 챙기면서 차분하고 참다이 흐르는 빛살을 찬찬히 읽고 새기는 책입니다.


  아름숲에는 아무런 꾸밈결이 없습니다. 아름글과 아름책과 아름동무한테도 꾸밈이나 치레가 없어요. 나무가 우거지면서 줄기가 굵기에 아름드리라면, 우리가 읽고 나누는 글과 책으로서는 작은글과 작은책이야말로 아름빛이지 싶습니다.


  꾸미려는 손짓으로는 겉치레가 태어난다면, 가꾸려는 손길로는 새길이 샘솟습니다. 치레하려는 글결로는 눈가림이나 눈속임이 퍼진다면, 일구려는 글길일 적에는 어울림과 어깨동무가 어질게 흐릅니다. 작은책집으로 마실하기에 작은눈길로 읽고 이으면서 여기에 있습니다. 작은마을에 깃든 작은동무랑 이야기하면서 이곳을 일구는 바람줄기와 별빛줄기를 넉넉히 품습니다.


ㅍㄹㄴ


《송림1동 181번지》(권근영, 달빛체조, 2024.4.5.)

《야무진 고양이는 오늘도 우울 5》(야마다 히츠지/Leigh 옮김, 소미미디어, 2023.8.17.)

#デキる猫は今日も憂鬱 #山田ヒツジ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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