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2.11.
숨은책 931
《드레퓌스 事件》
공일우 글
신교문화사
1975.5.5.
어릴 적에 책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어린길잡이(초등교사)로 일하면서 노래(동시)를 쓰려고 무던히 애썼고, 어느 해였는지 잊었으나 드디어 ‘중앙일보 새봄글(신춘문예)’로 뽑히더군요. 어머니와 언니와 저는 “글은 그냥 쓰면 글이지, 뭘 그런 데 내서 보람을 받아야 하느냐?”는 마음이었습니다. 남이 알아봐 주어야 글일 수 없어요. 그나저나 우리 아버지가 읽던 책은 그다지 손이 갈 만하지 않았습니다만, 《仁川昔今》은 자주 들췄습니다. 제가 나고자란 고장을 다룬 책은 없다시피 했는데, 이 책은 1950∼60해무렵 마을살림을 엿보는 꾸러미였습니다. 이제 인천이건 어느 고을·고장이건 작은살림 꾸러미가 제법 나오지만, 예전에는 아예 없다시피 했어요. 어린 마음에 툴툴거렸어요. “글쓴다는 분들은 뭐 하지? 왜 스스로 살아가는 곳 이야기를 안 써? 어떻게 책숲(도서관)에는 제 고을 이야기를 다룬 책이 없어? 말이 돼?” 아무래도 열 살 언저리부터 ‘나중에 내가 스스로 책숲을 차리자’고 마음먹은 셈입니다. 《드레퓌스 事件》을 처음 만나던 날 놀랐습니다. 《드레퓌스》(N.할라즈/황의방 옮김, 한길사, 1978)보다 세 해 앞선 나온 판이거든요. 그저 1975년판 《드레퓌스 事件》은 반짝 나왔다가 까맣게 사라진 듯싶습니다. 일본판을 몰래 옮겼지 싶습니다만, 1975년처럼 차갑던 나라에서 ‘바른소리’를 내면서 나라(정부)와 맞선 꾸러미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