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2025.2.11.
숨은책 938
《우리는 한글 겨레다》
박준황 글
학예사
1971.7.15.
‘잣나무 문고 2’로 나온 《우리는 한글 겨레다》는 ‘한글’하고 얽힌 속깊은 이야기를 들려주려나 싶어서 장만했지만, 막상 한글이나 한말이 아닌, 글쓴이가 여태까지 얼마나 푸른나무(상록수)처럼 길잡이 노릇을 잘 해왔는지 밝히는 글로 그치다가 ‘이순신·임진왜란’ 이야기로 빠집니다. 길잡이 스물다섯 해는 안 짧습니다만, 길잡이뿐 아니라 책집지기나 살림꾼으로 스물다섯 해쯤 일하는 사람은 수두룩합니다. 쉰 해나 일흔 해를 가게지기나 숲지기로 땀흘린 사람도 많아요. ‘잣나무’를 눈여겨볼 줄 안다면, ‘잣’이 ‘숲젖’인 줄 알아봅니다만, 잣나무를 눈여겨보지 않으면 ‘잣·젖’이 왜 어떻게 하나인 밑동인 낱말인 줄 도무지 모릅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나라님이나 임금님이나 나리나 붓바치가 안 지었습니다. 우리가 쓰는 모든 말은 아기를 사랑으로 낳아서 살뜰히 돌본 수수한 가시버시가 지었고, 사랑으로 보금자리를 일군 어버이 곁에서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들이 함께 지었습니다. 우리말뿐 아니라, 일본말과 미국말과 프랑스말과 덴마크말도 뿌리는 ‘사투리’입니다. 사투리란 ‘시골말’이자 ‘숲말’입니다. 손수 밥옷집이라는 살림을 지으면서 들숲바다를 품은 수수한 사람들이 지었기에 ‘사투리·시골말·숲말’이라 일컫습니다.
ㅍㄹㄴ
※ 글쓴이
숲노래·파란놀(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