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숨은빛 (2024.3.28.)
― 부천 〈대성서적〉
바닥풀이기에 바탕을 이뤄요. 바닥에 풀이 없으면 가랑비에도 흙이 쓸립니다. 바닥풀이 땅바닥을 곱게 덮기에 맨발로 걸어도 발바닥이 포근합니다. 질경이·민들레·토끼풀·잣나물이 나란나란 어깨동무로 흙을 감싸기에, 이곳에 남새씨를 심을 수 있고, 나무씨도 깃들어 우람하게 자라며 숲으로 나아갑니다. 헌책집은 바닥풀이 먼저 맨바닥을 포근히 감싸듯 숱한 작은책이 도란도란 마을을 이루다가 숲으로 뻗는 얼거리예요. ‘한강’ 옆에 ‘조갑제’가 꽂히고, ‘조세희’ 옆에 ‘박정희’도 꽂히면서, 갖은 책을 하나하나 집어들어 읽고 배우는 터전인 헌책집입니다.
우리는 다 다르기에 다 다르게 바라보며 살아갑니다. 이웃과 동무도 나랑 다른 사람입니다. 이웃과 동무가 나랑 한마음일 수 있더라도 다른 숨결이자 사람입니다. 나랑 이웃과 동무가 아닌 ‘그놈’이나 ‘저놈’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죽일놈’이 아닙니다. 온누리를 이루는 뭇풀과 똑같아요.
봄볕을 누리다가 〈대성서적〉으로 들어섭니다. 지난날에는 땅밑에 있는 헌책집이 아예 없었으나, 오늘날에는 〈대성서적〉처럼 땅밑으로 깃듭니다. 해바라기를 할 수 있는 자리는 집삯이 대단히 세거든요.
이 책을 읽다가 저 책을 읽으면서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헌책집에 눈을 뜨던 1992년 언저리에는 ‘책수다(책을 둘러싼 끝없는 이야기)’가 늘 언제 어디에서나 흘러넘쳤습니다. 다만, 새책집에서는 아무런 책수다가 없더군요. 새책집 일꾼은 그때그때 새로 나오는 책을 그때그때 팔고서 지나가기 일쑤예요. 이와 달리 헌책집에는 그야말로 모든 책이 드나드는 터라, “아니, 왜 이런 허접한 놈팡이 책을 팝니까?”라는 말부터 “삶과 사람과 숲과 온누리를 헤아리는 줄거리”까지 주고받아요.
단골이라는 이름은 하루아침에 얻지 않습니다. ‘단골’이라는 낱말에는 서로 오래오래 어울린다는 속뜻이 깃듭니다. 느긋이 오래 만나면 어느새 이루는 사이인 단골입니다. ‘손’이라는 낱말은 워낙 ‘길손(나그네)’을 가리켜요. 길에서 스쳐 지나는 사람이 ‘손’입니다. ‘손님’이란 어쩌다 한 걸음을 하면서 갖은 멋을 잡고서 우쭐거리는 사람한테 “떡 하나 더 주려고 붙이는 이름”입니다.
이른바 ‘주례사’는 듣기 좋은 말입니다. 우리 스스로 ‘좋아하는’ 대로만 책을 고르거나 산다면, 우리는 늘 ‘주례사비평’에 갇혀요. 내가 안 좋아하는 길이더라도 ‘배우려’는 마음으로 바꿀 적에는, 뜻밖에 늘 누구한테서나 배우면서 어깨동무하는 사랑을 깨닫습니다. ‘좋은책’만 쥐면 ‘좁은길’로 갇히고, 숨은빛을 보려고 할 때라야 ‘숲길’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ㅅㄴㄹ
《학교에서 길들여진 것들》(폴커 미헬스 엮음/편집부 옮김, 푸른꿈, 1990.11.10.)
《열린글 37 한국근대사 개설》(梶村秀樹/김선경 옮김, 한울, 1986.6.15.)
《中國안의 韓國獨立運動》(胡春惠/신승하 옮김, 단국대학교출판부, 1978.2.5.)
- 가지무라 히데키
《산 자여 따르라》(서울대 민주열사 추모사업위원회, 거름, 1984.12.10.)
- “4人烈士 追慕集” 김상진, 김태훈, 황정하, 한희철
《문화활동 세미나》(藏原惟人/유염하 옮김, 공동체, 1988.1.15.)
《一業一生》(한만년, 일조각, 1984.12.15.)
《서재필의 개혁운동과 오늘의 과제》(오세응, 고려원, 1993.10.1.)
《배달말 3》(배달말학회, 형설출판사, 1978.11.30.)
《訂正增補 韓國經濟史》(최호진, 박영사, 1970.9.5.첫/1977.3.1.중판)
《대지를 지키는 사람들》(반조 클라크/류시화 옮김, 오래된미래, 2004.5.25.)
#WisdomManBanjoClarke #BanjoClarke
《나를 찾아 떠나는 환상여행》(셸던 B.콥/김훈 옮김, 고려원미디어, 1990.9.1.첫/1990.9.10.재판)
《교회학교 교수요령》(레이 로우젤/양은순 옮김, 생명의말씀사, 1975.12.10.첫/1982.3.30.5벌)
- 생명의말씀사 도서실 비매품
《사랑의 등대》(박연구, 기린원, 1987.5.25.첫/1989.1.10.재판)
- 레이디플라자 14
《워터 호스》(딕 킹 스미스 글·데이비드 파킨스 그림/김서정 옮김, 웅진주니어, 2003.11.30.첫/2009.1.8.고침8벌)
《불균형》(우오즈미 나오코/이경옥 옮김, 우리교육, 2004.10.22.첫/2010.1.11.2판6벌)
#非バランス #魚住直子 1996년
《콩알만한 작은 개》(사토 사토루/햇살과나무꾼 옮김, 정신세계사, 1992.8.20.)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전쟁없는세상 엮음, 포도밭, 2014.5.15.)
《그대, 청년의 때에》(조진애 엮음, 녹두, 1990.4.15.)
《신령한 사람》(조용기, 영산출판사, 1979.9.10.)
- 〈영주 기독교 서점〉
《깊은 곳에 그물을 드리우라》(남진우, 문학동네, 1997.10.30.)
《시튼 동물기》(고은 글·한병호 그림, 바우솔, 2012.9.24.)
《옷감 짜기》(김경옥 글, 김형준·정진희 그림, 보림, 1996.2.28.첫/2012.3.30.고침2벌)
《그림엽서 한장 띄워》(유안진, 자유문학사, 1986.5.25.)
- 〈둘리도서대여점〉
《수도물 마셔도 좋은가》(일본생활수호회 조사부/임종한 옮김, 경영문화원, 1982.5.21.)
《어른이 된다는 서글픈 일》(김보통, 한겨레출판, 2018.1.9.첫/2021.6.21.5벌)
《正音文庫 1 朝鮮民族 更生의 道》(최현배, 정음사, 1974.6.20.)
《正音文庫 65 民族運動家 아내의 手記, 西間島始腫記》(이은숙, 정음사, 1975.1.30.)
《正音文庫 90 李朝諧謔小說選》(김기동 엮음, 정음사, 1975.7.30.)
《現代科學新書 48 量子生物學》(오오끼 고스께/장만식 옮김, 전파과학사, 1975.9.30.첫/1977.4.30.2벌)
《カラ-ブックス 300 雲の表情》(伊藤洋三, 保育社, 1974.8.1.)
- 〈구미서적〉 일본서적. 三원 書籍株式會社. 부산 광복동 T.23-2011
《カラ-ブックス 343 蕎麥入門》(新島繁, 保育社, 1975.12.5.)
- color books
《現代科學新書 76 原子家族 上》(L.페르미/양희선 옮김, 전파과학사, 1977.7.5.)
《月刊朝鮮 1998년 10월호 別冊부록, 誌上전시회 ‘대한민국 50년, 우리들의 이야기 上’》(김용삼 글, 조선일보사, 1988.10.1.)
《現代人의 撮影術》(최병덕, 사진과평론사, 1979.1.25.)
《늑대인간과 외계생명체》(에이드리언 베리/유진 옮김, 하늘연못, 2000.10.12.)
《등산가이드》(김용성 엮음, 삼지사, 1970.6.5.첫/1976.8.15.재판)
- 주차장 영수증 1988.4.5. 7200원
※ 구자룡 님한테서 나온
《참배예식》(김남수 엮음, 한국천주교발상지 천진암성역화위원회, 1982.5.1.첫/1982.5.31.3벌)
《동양교보 57호》(구자룡 엮음, 동양공업고등학교, 1970.12.21.)
《동양교보 66호》(박정수 엮음, 동양공업고등학교, 1977.5.31.)
《샛별문학회보 131호》(모효남 엮음, 샛별문학회, 1988.1.)
《부산아동문학 3호》(이주홍·안수휘·민홍우·조명제, 부산아동문학협회, 1986.7.10.)
《들녘 문학 2호》(허동인 엮음, 신라중학교, 1986.2.10.)
《민중문화 3호》(박인배 엮음, 민중문화운동협의회, 1984.9.25.)
《민중문화 5호》(박인배 엮음, 민중문화운동협의회, 1984.12.28.)
《민중문화 6호》(박인배 엮음, 민중문화운동협의회, 1985.2.2.)
《민족문학회보 3호》(김정한 엮음, 민족문학작가회의, 1988.5.10.)
《민족문학회보 4호》(김정한 엮음, 민족문학작가회의, 1988.7.27.)
《민족문학회보 5호》(김정한 엮음, 민족문학작가회의, 1988.10.18.)
《세계전도》(김종진, 은광사, 1990.2.5.)
《地籍林野 地番區劃入 新編 서울特別市地番略圖 90枚 中 第39號》(김명택, 중앙지도문화사, 1979.9.15.)
- 地尺 五千分之一
《地籍林野 地番區劃入 新編 서울特別市地番略圖 90枚 中 第49號》(김명택, 중앙지도문화사, 1978.7.15.)
《地籍林野 地番區劃入 新編 서울特別市地番略圖 90枚 中 第70號》(김명택, 중앙지도문화사, 1977.5.1.)
《地籍林野 地番區劃入 新編 서울特別市地番略圖 90枚 中 第78號》(김명택, 중앙지도문화사, 1976.2.15.)
《新版 日本全圖》(國際地學協會, 1981.3.)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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