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 숨은책읽기
숨은책 848
《女工 20년 후》
鹽澤美代子(시호자와 미요코) 글
이길진 옮김
청년사
1979.9.5.
문득 생각해 봅니다. 《女工 20년 후》를 되읽으면서 “대학생 스무 해 뒤”라든지 “고졸 스무 해 뒤”라든지 “무학 스무 해 뒤”라든지 “군복무 스무 해 뒤”라든지 “농부 스무 해 뒤”라든지 “탈시골 스무 해 뒤”를 놓고서 이야기를 여민다면, 우리 삶은 스무 해에 걸쳐 어떤 발걸음이라고 돌아볼 만할까요. 이웃나라 일본이라면 “가미카제 스무 해 뒤”라든지 “제국주의 스무 해 뒤”처럼 스스로 되새기는 길을 짚을 만합니다. 우리는 “독재자 스무 해 뒤”라든지 “아동학대 스무 해 뒤”를 뼈아프게 되짚으면서 왜 예나 이제나 똑같이 굴레를 쓰는지 눈물로 곱씹을 일이라고 봅니다. 일순이도 일돌이도 가난한 흙지기였습니다. 싸움터로 끌려가서 이슬이 된 숱한 사내도 흙지기였습니다. 돈있거나 힘있거나 이름있는 이들은 일터에도 싸움터에도 시골에도 안 갔습니다. 예나 이제나 매한가지입니다. 누가 글을 쓰지요? 누가 글을 읽지요? 붓을 쥔 사람은 어디에서 뭘 하지요? 밥을 안 먹으면 죽는다면서 정작 ‘밥을 낳는 시골’에서는 살 마음이 터럭만큼도 없고, 시골하루는 글로 싣거나 다루지도 않는 이 나라는, 앞으로 스무 해 뒤에 어떤 몰골일는지 그려 봅니다.
그러나 역시 가난한 농민인 어머니만은 눈물을 흘리면서 “귀여운 딸내미들이 파업할 기분이 나게 되기까지는 얼마나 고통을 받았을까 …… 얼마 되지 않은 봉급을 갖다 주는 네게, 그 일에 대해 자신과 자랑을 갖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때 나는 좀더 급료가 많았으면 하고 바랬었다.” (151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