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561 : 이름모를


이름모를 풀꽃들의 그림자

→ 난 모르는 풀꽃 그림자

→ 수수한 풀꽃 그림자

→ 숱한 풀꽃 그림자

《그대에게 가는 길》(박정만, 실천문학사, 1988) 24쪽


손끝으로 비비면 이름 모를 씨앗이 되어 떨어졌어

→ 손끝으로 비비면 어떤 씨앗이 되어 떨어졌어

→ 손끝으로 비비면 새로운 씨앗이 되어 떨어졌어

→ 손끝으로 비비면 씨앗이 되어 떨어졌어

《꽃피는 보푸라기》(김금래, 한겨레아이들, 2016) 32쪽


풀이나 나무를 눈여겨보지 않기에 “이름모를 풀꽃”이라 말하는 분이 꽤 많아요. 그런데 이런 말은 처음부터 있지 않았어요. 지난날에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사투리로 풀이름과 꽃이름과 나무이름을 지어서 썼습니다. 고장과 고을과 마을마다 풀꽃나무 이름이 모두 다르던 지난날이에요. 이러다가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말씨가 부쩍 늘면서 ‘무명초·무명화·야생초·야생화’를 불쑥 “이름없는 풀꽃”이나 “이름모를 풀꽃”으로 옮기는 글꾼이 나왔고, 이 말씨가 멋스럽다고 여겨서 곧이곧대로 따라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어느 때에는 “이름을 모를 풀꽃이지만 참으로 향긋했다. 이 향긋한 풀꽃한테 어떻게 이름을 붙일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몇몇 자리가 아니라면 “난 아직 모르는 풀꽃”이라든지 “어떤 풀꽃”이라든지 “숱한 풀꽃”이라든지 “낯선 풀꽃”처럼 알맞게 가려서 다 다르게 나타내야지 싶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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