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얄궂은 말씨 1546 :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것
저도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흐름을 여쭌 겁니다
→ 저도 밑에서 솟는 흐름을 여쭈었습니다
→ 저도 바닥에서 일어나는 흐름을 여쭈었습니다
《20세기형 인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 열어라》(손석춘·강만길, 알마, 2012) 50쪽
일본을 거쳐서 영어를 들여온 우리나라입니다. 영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자리에서 쓰는 말결(문법용어)은 모두 일본말일 뿐 아니라, 풀이·얼거리·밑동까지 일본말이기 일쑤입니다. 이러다 보니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처럼 얼핏 옮김말씨로 보이는 일본말씨가 퍼져요. 우리말씨로는 “밑에서 + 솟는·솟구치는·이는·일어나는·물결치는·타오르는·불타는·치미는”입니다. ‘오르다·내리다’를 알맞게 쓸 자리에 쓸 노릇입니다. 날아오르고 날아내린다고 합니다. 밑에 있는 사람이나 뜻은 “위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사람하고 사람 사이에는 높낮이가 없거든요. 임금과 벼슬이 있다고 여기는 무리는 사람을 마구 억누르면서 ‘위아래’를 짜려 했고, 이런 짜임새는 낡은 굴레일 뿐 아니라, 총칼을 앞세운 일본이 이 땅을 짓밟으며 퍼뜨린 엉터리입니다. 이제는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같은 옮김말씨스러운 일본말씨는 말끔히 털기를 바라요. ‘것’을 아무 데나 붙이는 버릇도 옮김말씨스러운 일본말씨입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