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미디어창비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숲노래 푸른책 / 숲노래 청소년책 2024.12.17.

푸른책시렁 178


《두 개의 여름》

 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

 정수윤 옮김

 창비

 2020.8.20.



  두 사람이 쓴 《두 개의 여름》을 읽었습니다. 책이름이 좀 얄궂습니다. 우리말로 제대로 옮기자면 “두 여름”이나 “두 가지 여름”입니다. 줄거리를 살핀다면, 두 사람이 다르게 바라보고 품은 여름을 들려주니, “두 사람 여름”이라 해도 어울립니다.


  이러한 이름 그대로 두 사람이 두 눈썰미로 어느 여름을 돌아보면서 차분히 풀어낸 얼거리입니다. 개구지게 노는 아이가 있고, 짐짓 뽐내는 아이가 있어요.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고스란히 안는 아이가 있다면, 먹물만 잔뜩 드느라 들숲바다에 해바람비를 멀리하는 아이가 있어요.


  오늘 우리 삶자락을 돌아보면, 오늘날 아이어른은 나란히 먹물만 잔뜩 들어요. 손전화나 누리집을 다루는 솜씨는 빼어나되, 막상 하늘을 보며 날씨를 못 읽습니다. 부릉부릉 몰거나 버스·전철을 잘 갈아타되, 정작 숲길과 들길을 호젓이 거닐 줄 모릅니다. 가게에 가서 더 낫거나 싸거나 좋다는 살림살이를 살 줄 알지만, 거꾸로 손수 품을 들여서 짓거나 가꾸거나 일구는 하루는 까맣게 잃습니다.


  두 여름 가운데 어느 쪽이 낫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두 아이어른 가운데 어느 자리가 맞다고 할 마음도 없습니다. 나란히 놓으니 두 길이 사뭇 또렷하게 보일 뿐입니다. 우리는 이제 서울이나 시골이나 똑같은 얼개이면서 똑같이 가르쳐요. 시골아이라고 해서 들놀이나 숲놀이나 바다놀이를 누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골은 아이들을 모두 부릉부릉 태워서 집이랑 배움터 사이를 슥 가로지릅니다.


  서울에서도 걸어다니는 아이는 드물어요. 엄마아빠가 부릉부릉 태웁니다. 이제 아이들은 거의 ‘짐’이에요. 실어서 날라 주는 짐입니다. 배움책(교과서)을 달달 외워야 하는 짐이고, 배움수렁을 거쳐서 종이(졸업장·자격증)를 거머쥐지 않고서는 아무런 꿈을 못 그리는 짐입니다.


  이런 판에 다들 무엇을 하는 하루일까요? 아이들이 죄다 일찌감치 늙어가는데, 애늙은이로 뒹구는 아이를 그저 신나게 뛰놀면서 눈망울이 반짝이는 아이로 품으려는 길은 누가 살피고 생각하는가요?


ㅅㄴㄹ


아버지는 침에 젖은 못을 가져가 울타리에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 아버지는 학자라서 아무하고도 말 안 하는 거야?” 아버지는 말없이 못을 쾅쾅 박습니다. “겐타로는 있잖아, 장수풍뎅이도 냄새난다고 못 만져. 무서운 거겠지.” (14쪽)


나는 잘난 척하는 교코를 흉내 내며 두 사람 뒤를 따라갑니다. 둘이서 돌아보더니 번갈아가며 “워이, 워이.” 하고 나를 내쫓습니다. 나는 그 애들을 제치고 달려가 뱀 허물을 넣어둔 나무 동굴에 숨었습니다. (25쪽)


“어릴 때부터 무덤을 좋아했습니다.” “애치곤 섬뜩하네요. 어릴 때 불행한 일이라도 있었나?” “왜요? 평범했어요.” 남자는 운전을 하며 잠든 도시코를 몇 번이나 돌아봤다. “귀엽네.” (102쪽)


#ふたつの夏 #佐野洋子 #たにかわしゅんたろう


+


《두 개의 여름》(사노 요코·다니카와 슌타로/정수윤 옮김, 창비, 2020)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잊었다

→ 배웠지만 더 많이 잊었다

→ 배웠는데 더 많이 잊었다

→ 배웠어도 더 많이 잊었다

9쪽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이상하게 생글거리게 됩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얄궂게 생글거립니다

→ 생글거리고 싶지 않지만 어쩐지 생글거립니다

21쪽


오후에 산보도 할 겸

→ 낮에 마실도 하려고

→ 낮에 나들이 삼아

→ 낮에 좀 걸으면서

22쪽


너무 지루에서 벼랑 위 나무에 올랐습니다

→ 너무 심심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 너무 따분해서 벼랑나무에 오릅니다

30쪽


모자가 훨씬 멋있어졌습니다

→ 쓰개가 훨씬 멋있습니다

→ 갓이 훨씬 멋스럽습니다

37쪽


논문은 예정대로 썼지만 건성으로 작업한 기분이 든다

→ 글은 마감에 맞췄지만 건성으로 쓴 듯하다

46쪽


근 한 달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다

→ 거의 한 달을 하루글을 안 썼다

→ 한 달 즈음 하루쓰기를 안 했다

46쪽


참관일에 늘 엄마가 온다

→ 구경날에 늘 엄마가 온다

→ 보는날에 늘 엄마가 온다

51쪽


모자 차양을 살짝 고쳤다

→ 해가리개를 살짝 고친다

54쪽


나는 한 번도 작문을 쓰지 않았다

→ 나는 글을 아예 안 썼다

→ 나는 글쓰기를 그냥 안 했다

67쪽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75쪽


게이는 결혼을 못 하니까

→ 한꽃은 짝을 못 맺으니까

→ 나란이는 같이 못 사니까

86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집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