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 마을책집 이야기


읽고 잇는 손 (2024.9.27.)

― 부산 〈남해서점〉



  깨끗하거나 아름답게 우리말을 쓰려고 애쓰면 오히려 버겁고 고단합니다. 훌륭하거나 멋들어지게 영어나 이웃말(외국말)을 하려고 힘쓰면 도리어 벅차고 괴롭습니다. 마음을 나눌 말씨를 가다듬어서 이야기하면 넉넉합니다. 마음을 펼 말빛을 헤아려서 주고받으면 즐겁습니다.


  굳이 한자말과 일본말씨와 옮김말씨를 안 써야 하지 않습니다만, 구태여 한자말과 일본말씨와 옮김말씨를 써야 하지도 않습니다. 말이란, 마음을 담는 소리이니, 마음을 누구하고 나누면서 어떻게 펴려는지 생각할 일입니다. 글이란, 말을 옮긴 그림이니, 마음을 글씨로 어떻게 적어서 누구한테 물려주려는지 돌아봐야지요.


  고흥에서 부산으로 오는 길에 노래를 여러 꼭지 씁니다. 사상나루에서 내린 뒤에 시내버스를 갈아타고서 보수동으로 달리는 길에는 하루쓰기를 두 꼭지 씁니다. 흔들거리건 덜컹거리건 대수롭지 않아요. 둘레에서 떠들건 부릉부릉 매캐하건 대단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담으려는 길만 바라봅니다. 오늘 만날 이웃하고 어떤 눈빛으로 마주하면서 생각씨앗을 새롭게 심을는지 되새깁니다.


  먼저 〈청산서점〉에 들르고서 어느 곳에 갈까 어림하다가 〈남해서점〉 지기님하고 눈이 맞습니다. 꿉벅 절을 합니다. 〈청산〉에서 책을 보고서 가겠노라 여쭙니다. 책꾸러미를 쥐고서 〈남해〉로 건너가려는데 〈남신서점〉 책지기님하고도 눈이 맞습니다. 이튿날 다시 보수동에 올 수 있으면 찾아뵙겠다고 여쭙니다.


  새책은, 새롭게 읽고 잇는 길입니다. 헌책은 다시 읽고 잇는 길입니다. 새책은, 처음으로 읽고 잇는 길입니다. 헌책은 오래도록 꾸준히 읽고 잇는 길입니다. 새책은 오늘을 돌아보면서 읽고 잇는 길입니다. 헌책은 어제랑 오늘이랑 모레를 하나로 엮어서 읽고 잇는 길입니다.


  책집에 깃들 적마다 “잘 계셨어요? 오랜만에 찾아옵니다.”하고 “즐겁게 누리다가 돌아갑니다. 아름답게 돌아볼 책을 오늘도 새롭게 만나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하고 꼭 여쭙니다.


  이곳에서 읽는 이 책으로 이야기합니다. 이곳에 깃든 이 책으로 이 하루를 아로새깁니다. 이러고서 이 마음을 이 손과 발에 담뿍 담고서 새로 길을 나섭니다. 나는 나로 서려고 나섭니다. 나는 나로 가려고 나갑니다. 나는 나로 오려고 나옵니다. 나는 나답게 빛나려고 나무를 품고, 나는 나를 바라보려고 날개를 펴고서 바람을 마십니다. 나는 너랑 동무하려고 빙그레 웃어요. 나는 너하고 이웃으로 지내려고 부드러이 속삭이고 사근사근 속살입니다.


ㅅㄴㄹ


《月刊 北韓 290호》(김창순 엮음, 북한연구소, 1995.4.1.)

《니체는 누구인가》(오이겐 비자/정영도 옮김, 분도출판사, 1993.6.20.)

- 오상근 교수님 1996.11. 정영도 드림

《여의주 칼럼》(홍보실 엮음, 쌍용그룹, 1984.9.1.)

- “사보 ‘쌍용’ 통권 100호 발간기념·별책부록”

《거짓말쟁이와 모나리자》(E.L.코닉스버그/햇살과나무꾼 옮김, 사계절, 2000.7.15.첫/2003.6.15.7벌)

《영철이하고 농사짓기》(조명숙·최영철, 도요, 2010.10.20.)

《나비를 잡는 아버지》(현덕, 창비, 2009.5.29.첫/2018.5.2.19벌)

《한국경제론》(강행우 외, 열사람, 1988.8.15.)

《한국경제의 발자취》(민성구, 대동, 1991.6.25.)

- 부광서림

《상대성이론》(A.아인슈타인/김종오 옮김, 미래사, 1992.2.15.첫/1992.5.10.2벌)

《韓國經濟 오늘과 내일》(이만기, 호암문화사, 1982.10.1)

《안철수 檢證 보고서》(조갑제, 조갑제닷컴, 2012.8.10.)

《백년 동안의 고독》(가브리엘 G.마르께스/김병호 옮김, 육문사, 1990.6.15.중판)

- 영광도서

- 한국 주택은행 부전동지점

《엄마 아빠 그건 싷어요!》(어린이교육연구회 엮음, 현암사, 1988.4.24.3벌)

《스스로 알 수 있는 病의 原因·症狀·療法》(渡變正/김기준 옮김, 형설출판사, 1979.9.15.첫/1987.5.30.4벌)

《梅實의 神秘》(松本紘齊, 자연의학사, 1991.2.5.)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복거일, 삼성경제연구소, 2003.2.20.첫/2009.3.30.8벌)

《朝鮮に渡った ‘日本人妻’ 60年の記憶》(林 典子, 岩波書店, 2019.6.20.)

《中央アヅアの朝鮮人》(半谷史郞·岡柰津子, 東洋書店, 2006.6.20.)

《朝鮮民族の歷史と日本》(浦淳一, 大阪市外國人敎育硏究協議會·ブレ-ソセンタ-, 1988.6.1.)

《讀ませる話》(文藝春秋, 1981.12,25.첫/1982.3.10.3벌)

《不安の現代英文學》(加納秀夫, 南雲堂, 1956.6.10.)

- 不死鳥新書

《飜譯の技術》(中村保男, 中央公論新社, 1973.12,20.)

《韓國と日本の歷史地圖》(武光誠, 靑春出版社, 2002.4.15.)

《在日コリアの100年》(NPO法人コリア人權生活協會 엮음, クリエイツかもがわ, 2006.10.31.)

《中國朝鮮族への旅》(瀧澤秀樹, 御茶の水書房, 2005.4.20.)

《反日種族主義と日本人》(久保田るり子, 文藝春秋, 2020.4.20.)

《北朝鮮―變貌を續ける獨裁國家》(平岩俊司, 中央公論新社, 2013.5.25.)

《文在寅時代の韓國―‘弔い’の民主主義》(文京洙, 岩波書店, 2020.11.20.)

《韓國人の歷史觀》(黑田勝弘, 文藝春秋, 1999.1.20.)

《흰것도 검다》(여만철 외 8사람, 다나, 1996.3.8.첫/1996.12.28.5벌)

《소년소녀 한국문학 현대문학 단편 1 칠칠단의 비밀 외》(방정환·마해송, 금성출판사, 1984.10.20.첫/1990.10.30.중판)

《소년소녀 한국문학 현대문학 단편 29 바닷가 소년 외》(한남철·김성홍·김용성, 금성출판사, 1984.10.20.첫/1990.10.30.중판)

- 100권 신동우

- 그림 이제하

《朴景利文學全集 6 土地 3》(박경리, 지식산업사, 1979.11.20..첫/1987.5.21.9벌)

- KBS 1TV 土·日 오후 8시, 대하드라마 연속방영중

《가자에 띄운 편지》(발레리 제나티/이선주 옮김, 낭기열라, 2006.10.30.첫/2008.8.20.8벌)

《삶의 詩, 해방의 문학》(김정환, 청하, 1986.6.10.)

《예뻐지는 작은 백과사전》(여성조선 편집부, 조선일보사, 2002.1.1.)

《로켓맨 1∼10》(카토우 모토히로/홍은영·이주련 옮김, 학산문화사, 2002.12.25.∼2005.3.25.)

《木を植えた男》(ジャン ジオノ 글·フレデリック バック 그림/寺岡襄 옮김, 1989.12.15.첫/1991.2.28.29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들꽃내음 따라 걷다가 작은책숲을 보았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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