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듣는 스승 2024.5.13.달.



흔히들 “이 삶이 가장 대수롭다·크다·뜻있다” 하고 말하더구나. 그래, 무엇을 하든 ‘삶’이 대수롭거나 크거나 뜻있어. 그런데 ‘삶 = 살다 = 사람으로서 하다’야. 네가 날마다 ‘하는’ 무엇이건 어느 하나 안 대수롭거나 안 크거나 안 뜻있을 수 없어. 똥을 누거나 자더라도 대수로워. 말을 하거나 말을 들어도 커. 멍하니 있거나 잘못을 저질러도 뜻있어. “삶이란 네가 하며 보내어 흐르는 모든 하루”이기에, 이 짓을 하면 삶을 모르거나 저 짓을 하니 삶하고 동떨어지지 않아. 너는 갓난아기가 왜 바로 일어서지 않느냐고 나무랄 셈이니? 너는 아이가 왜 한달음에 수저질을 못한다고 타박할 셈이니? 너는 어린이가 왜 어른처럼 짐도 잘 나르고 돈도 벌 만한 나날을 안 보낸다고 꾸중하겠니? 다만, 15살이나 25살이나 45살이나 65살인데, 철들지 않은 채 또 허둥대거나 헤맨다고 나무라고 싶을 수 있어. 그러나 “네가 나무라는 사람”은 늘 너한테 스승이고 거울이야. 너는 왜 ‘거울’을 보면서 네가 못생겼다고 여기면서 거울을 나무랄 뿐 아니라, 거울을 깨니? 너한테서 꾸중이며 꾸지람이며 나무람을 듣는 사람은, 그이가 아이나 어른 누구라 하더라도 네 길잡이요 스승이야. 너는 늘 ‘스승’과 ‘길잡이’를 나무라는 셈이란다. 살다 보면 말이야, 스승이나 길잡이를 나무라거나 다그칠 때가 있고, 자꾸자꾸 꾸짖을 수 있어. 그러니까 네가 누구를 나무라려고 하는 마음이 불쑥 솟을 적마다 생각하렴. 네 거울이요 스승이라서, 네 나무람말을 고스란히 듣는 거울과 스승한테 어떤 ‘말씨앗’을 심을 셈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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