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말넋 2024.5.19.
오늘말. 맴돌꽃
나라를 잃은 탓에 떠돌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이 별에는 나라가 따로 없습니다. 나그네새는 금을 긋지 않고서 홀가분합니다. 사람도 토끼도 오소리도 옹기종기 삶터를 누렸습니다. 지렁이나 나무도 저마다 터전을 가꾸었습니다. 작은 집으로 마을을 이룰 적에는 사근사근 어울려요. 곧잘 마실을 다니면서 이웃하고 어울릴 뿐, 떠볼뱅이처럼 흐르지는 않습니다. 이러다가 몇몇 우두머리가 나타나더니, 살림짓기하고 등진 채 땅을 넓혀서 힘으로 거느리고 짓밟는 무리가 불거지고는, 하나둘 집을 잃습니다. 우두머리는 호미나 낫을 안 쥐더군요. 이들은 칼이나 총을 쥐면서 목숨을 갉아요. 구름처럼 몰려다니는 싸울아비는 사랑과 살림을 스스로 저버린 안쓰럽고 딱한 뜨내기입니다. 곁님을 사랑하고 아이를 품을 줄 모르기에 주먹을 휘두르면서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떨꺼둥이입니다. 씨앗은 바람을 타고서 멀리 날아갑니다. 아지랑이는 구름이 되어 어디로든 나아가서 비를 뿌립니다. 해는 뜨고 지면서 온누리를 보듬습니다. 맴돌이별이나 맴돌꽃은 제자리를 잊으면서 어깨동무도 잊습니다. 새터를 짓는 손길을 그립니다. 조용히 옮기는 풀씨를 생각합니다.
ㅅㄴㄹ
구르다·구름·구름같다·구름처럼·굴러다니다·굴러먹다·맴돌다·흐르다·흘러가다·맴돌이·맴돌별·맴돌이별·맴돌꽃·맴돌빛·길살림이·나그네·나그네새·나그네별·나그네꽃·나라를 잃다·떠난이·없다·집없다·집을 잃다·떠돌다·떠돌별·떠돌이별·떠돌새·떠돌이새·떠돌님·떠돌빛·떠돌꽃·떠돌아다니다·떠돌이·떠돌뱅이·떠돌깨비·떠돌꾸러기·떨꺼둥이·한뎃잠이·뜨내기·옮긴이·옮김꽃·새터님·새터벗·사람들·이웃 ← 유민(流民), 디아스포라(Diaspora)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