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 냄새의 언어로 나무를 알아가기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지음, 노승영 옮김 / 에이도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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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 책넋·책살림 2024.5.13.

까칠읽기 4


《나무 내음을 맡는 열세 가지 방법》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

 노승영 옮김

 에이도스

 2024.4.24.



나무 내음은 우리의 일상 생활에 깊이 스며 있다

→ 나무 내음은 우리 삶에 스민다

→ 우리 삶은 나무 내음이 깊다

8쪽

: ‘스미다’는 ‘깊이’ 있다는 뜻이다. 깊이 들어가기에 ‘스미다’이니, “깊이 스며”는 겹말이고, “스며 있다”는 옮김말씨이다. ‘우리의’에서 ‘-의’는 군더더기이다. ‘일상생활’은 일본말이다.



과수원과 숲의 냄새를 우리 집에 가져다준다

→ 과일밭과 숲냄새를 우리 집에 퍼뜨린다

8쪽

: 냄새는 ‘퍼지’거나 ‘퍼뜨린’다. 과일밭과 숲에서 냄새를 ‘가져다주’지 않는다. 얄궂은 옮김말씨이다.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의 사촌인 나무와의 감각적 관계 속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와 이웃인 나무와 만나자

→ 코를 킁킁거리며 우리 이웃인 나무를 만나자

9쪽

“나무와의 감각적 관계 속으로 +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라”를 돌아본다. 나무와 만날 적에는 느껴(감각)야겠지. “느끼는 사이를 이루도록 여행 준비”를 하자고 글멋을 부릴 수 있겠지. 그런데 “코를 킁킁거리며”라는 말에 이미 “감각적 관계 속”이라는 뜻이 스민다. “코를 킁킁거리”면서 “우리 이웃”인 “나무를 만나자”고 하면 된다.



향기 분자 수십 가지, 어쩌면 수백 가지의 찰나적 인상을 묘사하기 위해 형용사와 비유가 동원되지만

→ 향기알 가지가지, 어쩌면 온갖 가지로 이 한때를 그림씨로 담아내고 빗대지만

→ 향기씨앗 갖가지, 어쩌면 숱하게 이 댓바람을 그려내고 견주지만

15쪽

: 옮긴이는 ‘내음’과 ‘향기’를 섞어서 쓴다. 우리말은 ‘내·내음·냄새’이고, 맡기에 즐거운 내음을 ‘향긋하다’로 나타낸다. 우리말 ‘향긋하다’하고 한자말 ‘향기’는 소리 ‘향’이 같지만, 뿌리는 다르다. 나무 한 그루를 알아가려고 하듯이, 우리말 한 마디를 알아보려고 마음을 기울인다면, 문득문득 어느 한때를 알맞게 그리고 빗대어 볼 만하다.



친구들과 유쾌하게 어울리던 기억을 소환한다

→ 동무와 즐겁게 어울리던 일이 떠오른다

16쪽

: ‘소환’은 일본말이라고 여길 만하다. 일본말이기에 안 써야 할 까닭은 없다. 그저 이 글월에서는 어릴 적에 동무하고 즐겁게 어울리던 일을 ‘떠오른다’나 ‘떠올린다’로 적을 적에 ‘어울릴’ 뿐이다.



이 연결은 또한 생태적이고 역사적이다

→ 이 또한 숲빛으로 오래 이어왔다

→ 이 또한 푸르게 여태 이어왔다

18쪽

: 일본말씨인 ‘-적’을 붙이고 싶다면 어쩔 길이 없지만, 숲에서 자라는 나무를 헤아리자는 책이라면, 좀 푸른말과 푸른길을 생각해야지 싶다.



여름의 온기가 찾아오면

→ 여름이면

→ 여름에 더우면

→ 여름이 오면

23쪽

: 더운 철이라서 ‘여름’이다. 일본말씨에 한자말을 쓰고 싶다면 차라리 “여름의 열기”가 맞을 텐데, 이 자리에서는 “여름이 오면”이나 “여름이면”으로 적으면 된다.



미국피나무의 향기는 우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벌을 비롯한 곤충을 위한 것이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이 아니라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 미국피나무는 사람보다는 벌과 풀벌레한테 향긋하다

27쪽

: 어느 나무이건 사람한테도 이바지하고 벌한테도 이바지한다. 꼭 누구를 콕 집어서 이바지하는 나무이지 않다.



인도와 교외 주택 사이의 좁고 긴 풀밭에서 신선한 목재 칩 더미 앞에 무릎을 꿇는다

→ 거님길과 모퉁이집 사이 좁고 긴 풀밭에 있는 나무조각더미 곁에서 무릎을 꿇는다

31쪽

: 일본말 ‘인도’는 ‘거님길’로 바로잡아야 알맞다고 퍽 예전부터 숱한 사람들이 이야기하고 손질했다.



세 그루가 더 벌목되었다

→ 세 그루가 더 잘렸다

→ 세 그루를 더 베었다

32쪽

: 나무 자리에서 보면 ‘잘리다’이다. 사람 자리에서 보면 ‘베다’이다. ‘-되다’는 잘못 쓰는 옮김말씨 가운데 하나이다.



이제 생태적으로 더 협소한 토대 위에 지어져야 한다

→ 이제 더 줄어든 풀숲에서 지어야 한다

→ 이제 더 졸아든 풀빛으로 지어야 한다

35쪽

: 풀숲이 줄어든다. 푸른 터전이 사라진다. 무엇을 지을 적에는 ‘터전’에서 짓는다. “터전 위”에서 안 짓는다. “협소한 토대 위에”는 옮김말씨하고 일본말씨가 섞인 슬픈말씨이다.



전 세계의 나무들이 우리 삶에서 어우러진다는 사실을 우리의 코와 혀에 일깨운다

→ 온누리 나무가 우리 삶에서 어우러지는 줄 코와 혀로 느낀다

47쪽

: 말짜임이 어긋난다. 이 글은 ‘사실을’을 임자말로 삼는데, ‘나무가’로 임자말을 바로잡아야 알맞다. “사실을 … 일깨운다” 같은 옮김말씨를 “나무가 …을 하는 줄 (사람이) 느낀다”로 손보아야, 이 글 앞뒤 이야기하고 어울린다.



나무들이 하늘로 뿜어내는 거대한 날숨은 비의 단초가 된다

→ 나무가 하늘로 날숨을 잔뜩 뿜어내기에 비구름이 모인다

67쪽

: 우리말씨로는 ‘-들’을 안 붙이기 일쑤이다. “비가 온다”라 한다. “비들이 온다”라 안 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일 뿐 “나무들이 우거진 숲”이라 안 한다. “잎이 푸르다”일 뿐, “잎들이 푸르다”가 아니다. “-의 단초가 된다”는 일본말씨하고 옮김말씨가 섞였다.



백미러에 매달린

→ 뒷거울에 매달린

71쪽

: 일본말 ‘백미러’를 섣불리 쓰지 말자. 이미 ‘뒷거울’로 고쳐써야 알맞다고 서른 해쯤 앞서부터 둘레에서 이야기한다.



…… …… 손볼 곳이 수두룩하다. 두 손을 들었다. 나무하고 풀하고 꽃이 사람 곁에서 어떻게 푸르게 우거지는지 조금이라도 헤아려 보기를 빈다. 어느 나무도 어렵게 말하지 않는다. 어느 풀도 일본말씨를 안 쓴다. 어느 꽃도 옮김말씨를 안 섞는다. 이웃말은 이웃말결대로 살피면서, 우리말은 우리말결대로 살리는 손길로 나아갈 적에 비로소 나무내음도 풀내음도 꽃내음도 온누리를 포근하게 어루만지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우리말꽃》, 《미래세대를 위한 우리말과 문해력》,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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