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양복 2023.9.29.쇠.
아무 소리나 노래라 하지 않고, 아무 소리나 말이라 하지 않지. 그런데 어떤 소리이든 노래나 말이 된단다. 마음을 담은 소리일 적에, 사랑을 싣는 소리이기에, 살림을 짓는 씨앗을 이루기에, 삶을 반짝이는 별빛으로 가꾸는 소리일 적에, 노래가 되거나 말이 되고, 이야기가 돼. ‘듣기 좋은 소리’여야 노래나 말일까? ‘-기 좋다’는 허울로 싸이거나 감쌀 적에는 ‘겉소리·꾸밈소리’일 뿐이야. ‘사랑하고 살림하는 숲빛이자 별빛인 삶’을 담는 소리이기에, 노래일 때가 있고 말일 때가 있고 이야기일 때가 있어. 네 소리를 네가 스스로 돌아보렴. 너는 무슨 소리이니? 네 모습을 네가 스스로 바라보렴. 너는 어떤 모습이니? 한옷(한복)이나 하늬옷(서양옷·양복)을 차려야 ‘보기 좋은’ 모습일 수 있어. 그러나 ‘듣기 좋은·보기 좋은·먹기 좋은·하기 좋은·쓰기 좋은·주기 좋은’ 모든 것은 사랑도 아니고 살림도 아니고 빛도 아니고 씨앗도 아니란다. 사랑을 담아야 사랑이야. 살리는 빛이어야 살림이야. 별이나 초처럼 초롱초롱하니 빛이야. 숲으로 피어나도록 숨결을 품고서 수수하게 풀어내기에 씨앗이야. ‘듣기 좋은 소리’나 ‘보기 좋은 모습’에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 ‘주기 좋은 선물’이나 ‘알기 좋은 책’을 곁에 두지 마. 속빛을 보고, 속살을 가꾸고, 속알을 풀고, 속눈을 뜨고, 속속들이 사랑인 차림새를 스스로 자아내기를 바라. 겉모습은 참모습이 아니지. 겉말(거짓말)은 참말이 아니야. 겉옷이 참빛일 수 없고, 네 참나일 수조차 없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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