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9.5.


《나무 마음 나무》

 홍시야 글·그림, 열매하나, 2023.6.22.



길잡이(강사)로 일하려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나절(4시간) 들어야 한단다. 글자락(서류)을 얼른 내야 한다고 여쭙는 곳이 있기에 한밤에 누리집에 들어가서 듣는다. 그런데 이 ‘예방교육’은 ‘회사원’한테 맞춘 풀그림일 뿐, 어린이·푸름이를 마주하는 길잡이하고는 도무지 안 어울리는 줄거리이다. ‘얼뜬 엉큼짓’이 아닌 ‘어질며 푸른 사랑’이 무엇인지 들려주는 줄거리조차 없다. 이 법이 어떻고 저 법이 어떠하며 보기(판례)로 무엇이 있다는 줄거리가 퍽 길다. 서울에서 타는 전철은 ‘여객열차에서 금지행위’라는 이름인 풀그림을 내내 틀어놓고 곳곳에 붙여놓는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하지 마!’로 가득하다. 어린이는 뛰놀 자리가 없고, 푸름이는 수다를 떨 빈터가 없다. 어른으로서도 다리를 쉬면서 하루를 돌아볼 걸상이 드물다. 고흥으로 돌아가기 앞서 곁님 동생하고 촛불보기를 한다. 우리가 마음에서 씻어내면서 담아낼 꿈이 무엇인가 하고 되새긴다. 《나무 마음 나무》는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들이 눈·귀·마음·몸을 나무 곁에서 쉬고픈 뜻을 여러모로 그려낸 꾸러미일 텐데, 자꾸 목소리부터 얹으려 하는구나. 그저 나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귀여겨듣고, 더 듣고 더 맞아들이고서 붓을 쥐지 못 했구나.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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