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18.
《봉선화가 필 무렵》
윤정모 글, 푸른나무, 2008.9.1.
하루 내내 시원스레 쏟아지는 비를 본다. 늦봄더위를 식히기도 하고, 하늘먼지를 씻기도 한다. ‘다솜’이라는 낱말은 어떤 말밑인가를 헤아리다가, ‘아지랑이·지렁이’ 말밑을 헤아렸다. ‘흐뭇하다·흐르다·흙’이 얽힌 실타래도 풀었다. 머잖아 ‘고흥 꿈꾸는 예술터’랑 고흥 어린이·푸름이하고 함께하는 ‘노래노래(시문학 수업)’를 펼 생각이다. ‘노래꽃수다’ 같은 이름도 떠올리고 ‘노래노래’ 같은 이름도 헤아린다. 노래(시)를 노래(강의)하는 셈이라고 할까. 《봉선화가 필 무렵》을 읽었다. 꽃할매 이야기를 찬찬히 담아내었다고 느끼면서도 조금 아쉽다. 모든 꽃은 피고 지는데, 좋거나 나은 쪽이란 따로 없고, 나쁘거나 궂은 쪽도 따로 없다. 삶이라는 길이 있고, 이 삶길에는 눈물웃음이 나란히 흐른다. 하루에는 밤낮이 있고, 물결은 오르내린다. 우리는 암수라는 두 가지 몸이 있다. “왜 둘뿐이냐? 사이도 있지 않느냐?” 하고 되물을 만할 텐데, 푸나무는 ‘꽃’하고 ‘씨앗’이라는 두 길이 있다. 둘 사이는 틀림없이 있괴, 꽃은 꽃이고 씨앗은 씨앗이다. 암은 암이고 수는 수이다. 그리고, 꽃은 씨앗을 품고, 씨앗은 꽃을 품는다. 암에는 숫빛이 서리고, 수에도 암빛이 감돈다. ‘가름’ 아닌 ‘함께’인 밤낮이자 암수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