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6.30.
오늘말. 드날리다
나이를 앞세울 적에는 나잇값이라 하지 않습니다. 낫살만 먹은 나머지 어리석은 몸짓이라 여깁니다. 해마다 나이테가 굵는 나무는 가지나 잎을 자랑하지 않아요. 삶을 품는 나무는 더께가 아닌 두께로 둘레를 보살피는 숨결을 베풀 뿐입니다. 풋내가 나는 아이라고 얕보는 마음이지는 않나요? 아이빛을 그저 귀엽게만 보면서 함께 지을 꿈을 안 보는 매무새는 아닌가요? 애티가 나는 어린이한테서는 말갛고 푸르게 빛나는 해맑은 눈망울을 배우면서 받아들일 만합니다. 우리가 해마다 깊이를 더하는 어른이라면 몸집이나 키가 아닌 마음이라는 그릇을 키우는 품을 포근하게 가꿀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드날려야 하는 이름이 아닙니다. 아이도 어른도 함께 날갯짓을 하면서 바람을 누리는 한빛으로 온누리를 사랑하기에 서로서로 넉넉하고 아름답습니다. 해나이를 내려놓고 빛나이를 읽어요. 아니, 자국이나 자취에 얽매이던 켜를 녹여서 맑게 짓는 꿈씨앗을 읽기로 해요. 보얀 얼굴도 까무잡잡한 얼굴도 꿈을 헤아릴 적에 반짝입니다. 겉에 매이면 억누르는 탓에 자라지 못 하지만, 속으로 마주하면 손을 잡는 한빛살로 깨어날 수 있습니다.
ㅅㄴㄹ
나이·나이테·나잇살·나잇값·낫살·낫값·삶·삶길·나날·자국·자취·깊이·켜·더께·자라다·크다·해·해나이 ← 연륜
민무늬·민-·하나·한빛·한빛깔·한빛살 ← 무지(無地)
어리다·어린빛·어린이·앳되다·애티·아이넋·아이빛·아이낯·아이얼굴·풋내·풋풋하다·푸르다·곱다·귀엽다·맑다·말갛다·해맑다·깨끗하다·보얗다 ← 동안(童顔)
꿈을 이루다·꿈이룸·뜻을 이루다·뜻이룸·넘기다·날리다·날림·날다·드날리다·들날리다·크다·한빛 ← 홈런(home run)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