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줄이는데 2022.8.11.나무.



너는 언제나 애쓰지. 누가 모르겠니? 다 안단다. 네 땀방울이 얼마나 값지다고 누가 말로 나타내지 않아도 네 땀방울은 늘 값지단다. 네가 애쓰는 줄 잘 알아보지 않거나 치켜세우지 않아서 섭섭하니? 너는 틀림없이 조금씩 줄이면서 바꾸어 나가는데, 네가 조금씩 줄이느라 애쓰는 땀방울을 둘레에서 안 알아보니 서운하니? 그런데 보렴. 네 둘레에서는 ‘네가 그냥 하루아침에 가볍게 싹 갈아엎을 수 있는 줄 아는데, 네가 미적미적하듯 부러 빙그르르 돌아가기만 한다’고 느낄 만해. 조금씩 줄이면서 바꾸어도 대단하지. 그런데 너는 ‘대단하구나’라든지 ‘잘하는구나’라든지 ‘훌륭하구나’ 같은 소리를 오래오래 들으려고 조금씩 바꾸니? 아닐 테지? 누가 너더러 “아직 안 하네?”라든지 “아직 멀었어?” 하고 묻거나 따진다면 “잘못했습니다. 처음부터 다시 마음을 추슬러서 새로 하겠습니다.” 하고 고개숙이며 말하렴. 넌 늘 처음부터 새마음으로 할 노릇이야. 그저 그대로 가다가는 끝이 안 나고, 둘레에서도 힘들기에, 비로소 너한테 말을 건단다. 너는 이 목소리를 기쁘면서 고맙게 들으렴. 누가 말하든 반가이 절하렴. 어떻게 말하든 “곰곰이 짚으면서 고치겠습니다.” 하고 수그리렴. 수그리지 않는 나락은 알맹이가 못 여물어. 수그리는 나락이어야 알맹이를 넉넉히 열어. 넌 늘 한단다. 봄에 꽃이 피듯, 여름에 잎이 푸르듯, 가을에 열매가 익듯, 겨울에 씨앗이 꿈꾸듯, 네 하루를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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