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2.11.26.


《MR WUFFLES!》

 David Wiesner 글·그림, Andersen press, 2013.



커피콩을 사러 읍내를 다녀온다. 볕이 넉넉한 하루를 누리면서 걷는다.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릴 곳을 헤아려 본다. 전남도청보다 우람하게 지은 고흥군청 둘레로 잿집이 우글우글 서는데, 귀퉁이에 쉼터가 있네. 쉼터 걸상에 앉아서 볕바라기를 하며 생각한다. 흙을 밟고 풀내음을 맡고 나무그늘을 누릴 자리를 없애고서 잿빛으로 바꾸어야 ‘문화’라고 한다면, ‘문화’에는 ‘삶’이나 ‘살림’이 없겠지. 우리가 보금자리를 살림자리로 가꾸고, 마을을 살림터로 돌보는 숨결이라면, 문화도 예술도 사회도 정치도 교육도 아닌 오롯이 ‘살림빛’으로 스스로 즐거우면서 온누리에 기쁨씨앗을 심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MR WUFFLES!》를 장만해서 읽었다. 한글판으로는 《이봐요, 까망 씨!》로 나왔다. ‘WUFFLES’를 ‘와플스’로 옮기기보다는 ‘까망’으로 옮기는 쪽이 나았겠지. 그런데 “이봐요”는 왜 넣었지? 《까망 씨》라고만 하면 넉넉할 텐데. 이래저래 한글판은 안 내켜서 영어판으로 장만했고, 우리 집 아이들은 ‘다른 말 없이 이야기로만’ 삶과 살림을 드러내는 흐름을 차근차근 느끼면서 읽는다. 우리는 ‘우리말’을 쓴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말다운 우리말을 즐겁게 쓰는’ 이웃은 아직 너무 드물다고 느낀다.


#이봐요까망씨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