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숲노래 마음노래 . 물을 담다


그릇에 물을 담아 보렴. 물은 어떻게 흘러서 그릇에 담기니? 물은 “아무런 꼴을 안 세우고서 어디에서든 ‘물결’ 그대로”이지? 물은 어디에서도 흉내를 안 내. 물은 어느 무엇도 따라하지 않아. 물은 그저 흐르고, 물결치고(춤추고), 노래하고, 가만히 스며서 깃들어. 물은 늘 새롭게 깃들어서 다르게 스미지. 물은 스며서 깃드는 곳마다 그저 물빛으로 있으면서 숨결을 살려준단다. 풀에 꽃에 나무에, 사람한테 새한테 벌레한테, 물은 늘 ‘그 목숨붙이’라는 숨결이 그대로 빛나도록 가만히 스며들어서 흐르지. 그런데 물은 가만히 모든 숨결에 다 다르게 흐르기에, 저절로 노래랑 춤을 펴서, 모든 숨결이 저마다 빛나도록 북돋운단다. 너희가 마음에 담은 생각을 펴려고, 소리로 옮겨 나타내는 ‘말’이지? 이 말을 눈으로도 보면서 나누려고 그리는 ‘글’이고. 그러면 너희는 마음에 어떤 생각을 담아서 말로 옮기니? 너희가 적어서 읽는 글에는 어떤 숨빛이 흐르니? 너희는 물방울이 스며들어서 삶을 북돋우듯, 너 스스로 네 숨결을 살릴 수 있는 말을 입으로 터뜨리니? 너 스스로 네 목숨이 삶으로 일어나는 춤노래를 펼 수 있는 글을 손으로 옮기고 눈으로 보면서 오늘 하루를 가다듬니? 마음이 어지럽거나 힘들거나 아프면, 천천히 물을 그릇에 담아 봐. 물이 어떻게 흐르는가를 지켜보고서 마셔 봐. 비가 오는 하늘을 바라보고, 빗물을 맨몸으로 맞다가 손바닥으로 모아서 마셔 봐. 바닷물에 풍덩 잠겨서 놀아 봐. 콸콸 넘치는 골짝물에 발을 담그고서 춤을 춰 봐. 2022.12.12.달.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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