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2022.11.2.

수다꽃, 내멋대로 29 왼손질



  나는 다람이(마우스)를 왼손으로 쥔다. 다들 오른쥠만 하는 듯싶으나, 1994년에 셈틀을 집에서 건사하며 쓸 적에 오른쥠만 하면 손목이 시큰거려 왼쥠하고 오른쥠을 갈마들었다. 왼손을 오른손하고 매한가지로 쓰려면, 오른손도 왼손처럼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왼손하고 오른손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저마다 다르게 힘을 들이면서 우리 몸을 움직인다. 부엌칼을 쥐어 무를 썰 적에 왼손으로 무를 잡지 않으면 못 썬다. 칼을 쥔 오른손도 잘 움직여야 할 뿐 아니라, 무를 쥔 왼손도 알맞게 틈을 내주어야 한다. 그저 왼손에 칼만 쥔대서 무를 잘 썰 수는 없다. 자전거를 타고서 오른쪽으로 돌든 왼쪽으로 돌든 매한가지이다. 어느 쪽 힘만 세서는 곧게 나아가지 않는다. 수저쥠은 좀 다르다. 수저는 한 손만으로도 쥘 수 있으니, 밥을 늦게 먹거나 굶어도 좋다고 여기면서 젓가락이랑 숟가락을 놀리면 머잖아 왼쥠을 익숙하게 해낸다. 글씨쓰기는 부엌칼질하고 비슷하다. 붓만 왼손에 쥔대서 글씨가 나오지 않는다. 앉아서 쓸 적에는 오른손으로 종이를 받쳐야 하고, 서서 쓸 적에는 오른손으로 글꾸러미(수첩)가 안 흔들리도록 받칠 줄 알아야 한다. 한쪽 손만 한쪽 일에 으레 쓰던 몸이라면, 오른손이 하던 일을 왼손이 하기란 대단히 어렵거나 아예 안 된다. 거꾸로, 왼손이 하던 일을 오른손이 하자면 몹시 어렵거나 아예 안 될 수 있다. 짐을 어떻게 나르겠는가? 두 손으로 같이 잡고서 안으니까 나른다. 아기도 두 손으로 나란히 잡고서 품에 안는다. 찰칵찰칵 찍는 틀도 왼손으로 고즈넉이 받쳐야 오른손으로 가볍게 단추를 누르니, 거꾸로 찍으려면 오른손이 받침 노릇을 단단히 하면서 왼손가락을 가볍게 놀려야 한다. 이 여러 가지는 어릴 적에 한쪽 손이 크고작게 다치면서 알아차렸다. 어릴 적부터 수저를 두손잡이처럼 쓰려고 했다. 나중에 한쪽 손이 다치면 무척 번거로운 줄 알아차렸으니 두 손을 홀가분히 쓰고 싶었다. 그러나 1984년 무렵에는 ‘왼손잡이 = 나쁜손’으로 바라보는 어른이 수두룩했고, 그무렵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내듯이 왼손잡이를 놀렸다. 왼손잡이인 또래는 왼손잡이가 아닌 척하거나 숨겼다. 오른손을 안 내밀고 왼손을 내밀면 버릇없거나 멍청하다고 여기기까지 했다. 1995년부터 제금을 나면서 새뜸나름이(신문배달부)로 일할 적부터 손빨래를 하는데, 한 손이 다치면 손빨래가 몹시 벅차다.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비빔질을 하려고 무던히 애썼다. 오른손으로도 왼손으로도 잇솔질을 하려고, 또 왼손으로 하는 받침 구실을 오른으로 너끈히 해내려고 무척 힘썼다. 두손잡이로 지내면 한 손을 느긋이 쉬기에 좋기도 하지만, 둘레를 바라보는 결을 넓힐 만하다. 왼눈으로만 둘레를 보는가? 오른눈으로만 둘레를 보는가? 아니면 ‘두눈’으로 보는가? 아니면 ‘온눈(왼쪽도 오른쪽도 가운데도 아닌, 오롯이 사랑으로 활짝 연 눈)’으로 보는가? 두 손을 나란히 다루면서 갈마드는 첫걸음이란, 우리 눈길이 ‘외눈’을 내려놓고서 ‘두눈’으로 거듭나다가 ‘온눈’으로 피어나서 ‘꽃눈’으로 아름답게 노래하는 삶길이라고 생각한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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