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1.10.26.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하루키 글/권남희 옮김, 까치, 2001.10.5.
바지런히 마실을 다니며 장만한 책을 천천히 읽는다. 이 책을 하나하나 만나는 자리에서는 “이다음에 언제 다시 만나겠니?” 하고 생각한다. “꼭 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고도 뉘우치지만, “다문 한 쪽이나 한 줄만 짚더라도 이 책이 있을 적하고 없을 적은 사뭇 다른걸.” 하고 돌아본다. 책값은 오늘을 다시금 새기도록 차근차근 짚으려고 치르는 배움삯이라고 느낀다. 한 자락을 읽어 한 걸음을 새로 딛고, 두 자락을 읽어 두 걸음을 새록새록 나아간다. 《무라카미 라디오》를 읽었다. 이 책이 갓 나올 즈음에는 안 읽고서 스무 해가 지나서야 읽는다. 지난 2001년에 “야, 넌 왜 안 읽어? 내가 좋아하는 책이잖아!” 하고 나무라는 님한테 “그렇지만 전 따분한걸요. 하루키 글이 나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시골에서 흙짓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거나, 신나게 나무를 타면서 뛰노는 아이들 이야기를 듣는 쪽이 재미있어요.” 하고 대꾸했다. “참, 문학도 모르는 놈이군!” 하는 말에 “전 ‘문학’을 알고 싶지 않아요. 알고 싶다면 ‘삶과 글과 넋과 사랑’을 알고 싶어요.” 하고 대꾸했더니 사납게 이글거리는 눈으로 쏘아보았지. 누구나 스스로 제 삶을 쓰면 된다. 하루키를 보라. 하루키는 ‘하루키 삶’만 글로 쓸 뿐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