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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 잊힌 역사의 조각들을 되찾다
안민영 지음, 허지영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9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맑은책시렁 236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
안민영 글
허지영 그림
책과함께어린이
2020.9.14.
오쿠라는 경복궁 철거 업무를 담당했던 인물 중 하나였어요. 그는 데라우치 총독에게 자선당 건물을 일본으로 가져갈 수 있게 해 달라고 부탁해요. 이후 오쿠라는 자선당 건물을 해체하여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지고 갔어요.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박물관인 ‘오쿠라 슈코칸’에 자선당 건물을 전시해 왔어요. (27쪽)
정선의 그림을 수집한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는 1910년 무렵부터 약 10년 동안 선교를 하기 위해 세 차례 우리나라에 파견됐어요. 그는 우리 민족의 생활 모습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각 지방을 다니며 당시 서민들의 생활 모습을 영상으로 기록했지요. (39쪽)
정조문은 일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를 사 모으면서 간절한 꿈이 하나 생겼어요. 우리 문화재를 모아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꿈이었어요. 그리고 그 오랜 꿈은 1988년에 결실을 이루어요. (62쪽)
김정희가 제자와 가족에게 보낸 친필 편지나 청나라 학자들과 교류한 글, 그림 등을 대가 없이 건넨 거예요. 우리 역사 연구에 필요한 너무나 귀중한 자료였어요. 후지즈카 아키나오는 아버지가 평생 모아 온 김정희의 작품들이 필요한 곳으로 가는 게 자신도 기쁘다고 이야기했어요. (77쪽)
우리 삶터 무엇이나 살림살이입니다. 더 값지거나 덜 값진 살림이란 없습니다. 모두 뜻있으면서 알뜰히 누리는 살림입니다. 하루하루 흘러서 낡고 닳은 살림이 되어도 매한가지입니다. 겉이 낡더라도 손때가 묻은 살림이요, 제법 허름하더라도 손빛이 흐르는 살림입니다.
일본스러운 한자말로는 ‘문화·문화재’라 하지만, 오래도록 쓰던 수수한 말씨로는 ‘살림·세간’입니다. 살림이며 세간을 보는 눈썰미였다면 마을마다 조촐히 돌보는 살림집에 ‘살림꽃집’을 마련했으리라 봅니다. 애써 ‘문화·문화재’란 이름을 쓰기에 ‘박물관’이라 하고, ‘역사’를 갈무리한다고 말해요.
《문화재를 지킨 사람들》(안민영, 책과함께어린이, 2020)은 ‘문화재’를 지킨 여러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나라에서 땀흘린 분이 있고, 이웃나라에서 애쓴 분이 있습니다. 누가 더 높지도 낮지도 않습니다. 저마다 다르게 살림빛을 알아챘을 뿐입니다. 자선당이라는 집을 일본으로 데려간 이는 일본사람이라지만, 그 집이 어떤 값어치인 줄 알았으니 데려가려 했겠지요. 그때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정선 그림을 건사한 사이는 독일사람이라지요. 그동안 이 나라에서는 무엇을 했을까요?
비록 여러 나라에서 훔쳐간 살림살이도 있습니다만, 우리 스스로 깎아내린 살림살이가 훨씬 많고, 우리 스스로 등돌린 살림살이도 대단히 많습니다. 더구나 임금을 둘러싼 살림만 너무 높인 나머지, 이 터전을 이룬 수수한 사람들 살림살이는 오래도록 뒷전이었어요.
골목집을 허물고 골목마을을 밀어낸 뒤에 ‘골목 박물관’을 짓는다면, 참말로 ‘골목살림’을 드러낼 길이 될까요? 숲을 밀어낸 자리에 ‘공원’을 세우면, 참으로 이곳이 숲바람이 일렁이는 터전이 될까요? 이제는 차분히 차근차근 되새길 때예요. 돈으로 쳐서 값진 살림도 대수롭지만, 돈으로 칠 수 없는 수수한 살림도 대수롭습니다.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손길이 대수롭고,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스스로 지어낸 갖가지 놀이와 노래가 대수롭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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